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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mal Jun 17. 2024

게지런

게으르지만 부지런하게

1. 사당오락(四當五落)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사당오락(四當五落)을 강조하셨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이게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이 많고 느긋한 여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고역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뭐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아버지의 말씀을 맹목적으로 따라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사실 노력했다고 하지만 4시간만 자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것 같긴 하다. 그것도 한 손으로..) 뭐 계획의 성패를 떠나 노력이라도 해 봤다는 것이 어디인가? 


의지력이 없어 보이는 이런 문제가 젊어서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나의 게으른 성격은 변화가 없다. 아직도 뽀로로처럼 노는 게 제일 좋고(심지어 노는 일조차 계획을 세우는 것을 힘들어하는 찐 베짱이) 내일 일을 내일모레의 나에게 맡기는 성격으로 살고 있다. 이러한 자신을 돌아보면 패배주의 같은 것에 사로잡히게 된다. 흔히 우리가 만나게 되는 엄마 친구 아들의 성공 스토리와는 다른 나의 삶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결론은 결국 로또를 사러 간다.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뭔가 나만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이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 봐도 사실 엄청나게 기발한 정답이 떠 오르지는 않는다.




2. 게지런?

노력은 하기 싫지만 사실 나는 인정의 욕구에 목마른 사람이다. 이런 나를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아내가 아닌가 싶다. 아내는 내가 무언가 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항상 25000%로 응원해 주고 인정을 해 준다.

언젠가는 되지도 않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요런 사업을 해 보고 싶다고 했더니만 (무슨 초등학생도 안 할 법한 피터팬이 네버랜드에서 구슬치기나 할 법한 아이디어였음) 아내는 정말 찐으로 엄청나게 응원을 해 주었다. 오빠는 무엇을 해도 잘할 거라고.. 분명 성공할 거라고..

역설적이게도 사실 아이디어를 가지고 갈 때까지만 해도 난 내 아이디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마도 사업을 시작하고 망하는 모든 이들은 이런 착각에 빠져있을 것이다.)  이런 무조건적인 인정을 받고 나니 오히려 더 무섭고 신중해지고 제삼자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덕에 그 사업은 사라지게 되었다. 다행히도..)


이런 아내에게 나의 강점이 뭔지 물어보니 첫 번째는 뭘 하던 계속적으로 두드려보는 것이라고 한다. 무언가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엉뚱하더라도 계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라고 또 내 어깨가 하늘로 치솟게 만들어 준다. 두 번째는 그래도 꾸준히 하는 힘 이란다. 소모되는 시간이야 어떻든 포기하지 않고 결국엔 버텨내는 사람이 이겨내는 것 아니겠냐는 한 마디가 나에겐 엄청난 위로와 자극을 주었다. (한 방울 한 방울의 작은 물방울이 큰 돌도 뚫어버리는 법이다.)


덕분에 나의 방향성을 정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틀어서라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게 나의 삶의 방향성 게지런 (게으르지만 부지런) 하게의 시작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속도를 비교해 보면 요즘 같은 엄청난 속도의 세상 속에서 나는 느린 편 일거다. (아니 매우 느린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다. 그저 자신의 길을 끝까지 완주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헌터X헌터를 그리는 토가시 요시히로 선생님처럼 느리지만 끝까지 (토가시 선생님 제발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난 나의 속도에 맞춰서 나아가 볼 거다.


난 게지런 하니까. (슬램덩크의 강백호의 마지막 대사를 오마쥬 해 봄)



[오늘의 디자인]

1.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포기할 것과 집중할 것을 구분하자.

2. 존버는 승리한다. 나의 길에 공식과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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