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당오락(四當五落)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사당오락(四當五落)을 강조하셨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이게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이 많고 느긋한 여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고역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뭐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아버지의 말씀을 맹목적으로 따라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사실 노력했다고 하지만 4시간만 자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것 같긴 하다. 그것도 한 손으로..) 뭐 계획의 성패를 떠나 노력이라도 해 봤다는 것이 어디인가?
의지력이 없어 보이는 이런 문제가 젊어서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나의 게으른 성격은 변화가 없다. 아직도 뽀로로처럼 노는 게 제일 좋고(심지어 노는 일조차 계획을 세우는 것을 힘들어하는 찐 베짱이) 내일 일을 내일모레의 나에게 맡기는 성격으로 살고 있다. 이러한 자신을 돌아보면 패배주의 같은 것에 사로잡히게 된다. 흔히 우리가 만나게 되는 엄마 친구 아들의 성공 스토리와는 다른 나의 삶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결론은 결국 로또를 사러 간다.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뭔가 나만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이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 봐도 사실 엄청나게 기발한 정답이 떠 오르지는 않는다.
2. 게지런?
노력은 하기 싫지만 사실 나는 인정의 욕구에 목마른 사람이다. 이런 나를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아내가 아닌가 싶다. 아내는 내가 무언가 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항상 25000%로 응원해 주고 인정을 해 준다.
언젠가는 되지도 않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요런 사업을 해 보고 싶다고 했더니만 (무슨 초등학생도 안 할 법한 피터팬이 네버랜드에서 구슬치기나 할 법한 아이디어였음) 아내는 정말 찐으로 엄청나게 응원을 해 주었다. 오빠는 무엇을 해도 잘할 거라고.. 분명 성공할 거라고..
역설적이게도 사실 아이디어를 가지고 갈 때까지만 해도 난 내 아이디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마도 사업을 시작하고 망하는 모든 이들은 이런 착각에 빠져있을 것이다.) 이런 무조건적인 인정을 받고 나니 오히려 더 무섭고 신중해지고 제삼자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덕에 그 사업은 사라지게 되었다. 다행히도..)
이런 아내에게 나의 강점이 뭔지 물어보니 첫 번째는 뭘 하던 계속적으로 두드려보는 것이라고 한다. 무언가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엉뚱하더라도 계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라고 또 내 어깨가 하늘로 치솟게 만들어 준다. 두 번째는 그래도 꾸준히 하는 힘 이란다. 소모되는 시간이야 어떻든 포기하지 않고 결국엔 버텨내는 사람이 이겨내는 것 아니겠냐는 한 마디가 나에겐 엄청난 위로와 자극을 주었다. (한 방울 한 방울의 작은 물방울이 큰 돌도 뚫어버리는 법이다.)
덕분에 나의 방향성을 정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틀어서라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게 나의 삶의 방향성 게지런 (게으르지만 부지런) 하게의 시작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속도를 비교해 보면 요즘 같은 엄청난 속도의 세상 속에서 나는 느린 편 일거다. (아니 매우 느린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다. 그저 자신의 길을 끝까지 완주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헌터X헌터를 그리는 토가시 요시히로 선생님처럼 느리지만 끝까지 (토가시 선생님 제발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난 나의 속도에 맞춰서 나아가 볼 거다.
난 게지런 하니까. (슬램덩크의 강백호의 마지막 대사를 오마쥬 해 봄)
[오늘의 디자인]
1.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포기할 것과 집중할 것을 구분하자.
2. 존버는 승리한다. 나의 길에 공식과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