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어제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잠시 쉴 겸 거실에 누워서 아이들 까르르 거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깐 눈을 감고 있었는데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사 차량이나 화물 차량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소리와는 다른 좀 이질감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타이어가 터지는 소리 같지만 더 둔탁한 느낌의 소리)
1.. 2.. 3..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 게 느껴진다. 처음엔 '에어컨 실외기가 떨어졌나?' 생각을 하고 눈을 계속 감고 있다가 사람들 비명과 119를 외치는 소리에 이거 뭔가 큰일이 났다..라는 판단이 들었다. 창 밖을 보니 사람이 떨어져 있었다. 순간 든 생각은 아이들은 오지 못 하게였다. 사람들 소리에 아내도 창가 쪽으로 왔다가 바닥에 있는 손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가족들에게 단도리를 해 두고 정황을 살피기 위해 밖에 나가본다. 누구는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베란다에서 통화를 하다가 떨어졌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남성이 경찰의 인도 아래 동공이 풀려있는 모습으로 와서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아마도 가족으로 보이지만 확실하진 않다.) 울지는 않았지만 넋이 없는 듯한 모습이다.
마음이 엄청 복잡한 저녁이었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아이들에게 학교 생활 잘해라 성실하게 살아라 잔소리를 하며 고민을 했었는데.. 갑자기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이야..
사고는 준비하고 오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부디 생명만큼은 꼭 유지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