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그게 뭐 중요한가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 그리는 작업보다 이름을 정하는 작업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좋은 이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오히려 그 작업에 더 집중을 해야 하지만 사실 눈에 띄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오히려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에 더 가볍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처음 이번 이모티콘을 기획하였을 때 콘셉트는 저주인형이었다. 입을 꿰매어 놨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여 이름을 읍읍이 라고 직관적으로 지었다. 캐릭터의 이름을 지었으면 다음 단계는 검색을 해 보는 것이다. 물론 선후의 문제는 있겠지만 검색을 우선하던 다음에 하던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우선 내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읍읍이를 검색해 본다. 제발 현존하는 캐릭터가 아니길.. 혹 있더라도 유명한 캐릭터가 아니길.. 검색 결과 다행인 건 일단 존재하는 캐릭터는 아니라는 점. 하지만 불행인 건 읍읍이라는 단어자체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었다.
고민에 빠진다. 마음에 드는 이름인데 그냥 못 본 척 이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가. 이럴 때 중요한 건 가정법이다. 혹 내가 저 캐릭터로 정말 유명해지게 되었는데 그걸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고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면..
이미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욕심을 부리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욕심을 부린다면 결코 그 캐릭터는 사랑받을 수 없으리라. 이미 정답은 내 마음속에 있다. 빨간 불일 때 길을 건너면 안 된다.
위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네이밍 작업은 내가 참 못하는 작업이고 힘들어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나의 약점이라고 해서 이것에 대해 눈 가리고 넘어가면 안 된다. 또 힘들고 재미없는 시간이 되겠지만 다이아몬드는 강한 열과 압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도망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