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밥은 왜 나사가 빠져있을까?

해면동물

by 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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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스폰지밥을 보면서 항상 의문을 품었다.





왜 주인공 스폰지밥은 나사가 하나 빠져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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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야 뇌가 없어서 빠가사리로 불린다지만 적어도 동물(극피동물)인데, 스폰지는 애초에 살아있는 존재가 맞기나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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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폰지밥의 모델이 된 해면동물은 우리와 같은 동물의 일문이며, 아주 오래전에 갈라져나가 가장 원시적이며 외계적인 특성을 지닌 동물들이라고 할 수 있음. 그리고 불가사리처럼 뇌가 없을 뿐더러 신경계, 근육, 기관 자체가 결여돼 있는 뭔가 좀 많이 모자란 친구들임.




최초의 생명이 탄생한 후 얼마 (대략 30억여년 정도) 지나지 않아 해저 밑바닥에는 주위의 바닷물을 의도적으로 빨아들이는 기묘한 구조물이 생겨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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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년 전 쯤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바로 가장 원시적인 동물로 손꼽히는 해면동물(Porifera)임. 해면동물의 구조는 다른 동물들과 진화적으로 동떨어져 있어, 이들을 진정후생동물(Eumetazoa)로부터 따로 들어낸 뒤 측생동물(側生動物, Parazoa)이라고도 일컬음.



해면동물(Porifera)은 '구멍을 가지고 있는 자(pore bearer)'들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구멍으로 바닷물을 빨아들여 여과 섭식하는 것으로 먹고 살음. 땅에 박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얼핏보면 식물같지만(칼 린네 또한 해면을 조류(Algae)에 속한다고 잘못 식별한 전적이 있음), 유생시절에는 편모를 통해 유영하는 생활을 하다가 성체가 되면 고착생활을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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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유즐동물(빗해파리)과 함께 '최초의 동물'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후손으로 간주되는데, 근육도, 신경계도, 제대로 된 기관도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그것들이 결여되어있었을 최초의 동물들을 상상해볼 수 있게끔하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할 수 있음. 해면동물은 그저 소공(ostium)으로 물을 빨아들이고, 꼭대기에 위치한 거대한 대공(osculum)으로 물을 내뱉는 것으로, 일평생을 살아감. 빨아들인 물 속에 있는 박테리아 등 플랑크톤을 섭취하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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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으로 들어간 물은 대공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위강(gastral cavity)을 거치는데, 이곳의 동정세포들이 지닌 편모가 박동해 영양분을 추출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물의 흐름이 형성됨. 해면의 동정세포(choanocyte cells)는 단세포 생물 중에서 후생동물과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동정편모충류(choanoflagellate)와 유사하며 진화의 흔적으로 여겨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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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이란, 관절의 유무나 광물화 여부와는 상관 없이 그저 한 동물이 갖고 있는 단단한 구조를 뜻함. 그런 맥락에서 해면의 '중교(mesohyl)'에 있는 세포들은 해면의 내골격을 이룬다고 할 수 있으며 어떤 해면들은 이러한 중교만을 유일한 골격으로 가짐. 중교 외의 골격으로는 석회질이나 규질로 되어있는 광물성 골편(spicule)이나 해면질 섬유를 꼽을 수 있는데, 이 둘 모두를 전부 갖는 해면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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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담수 해면들은 녹조류를 내공생체로 지녀 햇빛으로부터 양분을 얻을 수도 있는데, 일부는 에너지의 절반에서 8할 가량을 이러한 공생 미생물들로부터 얻는다고 함. 열수 분출공 근처의 해면은 메탄을 먹는 박테리아를 내공생체로 지니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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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면동물은 영원히 사는 일부 자포동물을 제외하면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임. 온대 지역의 해면은 겨우 몇 년을, 일부 열대종이나 심해종은 200년 이상을, 그리고 무려 1만 5천년 넘게 사는 종도 있는데, 과거에는 4만 년 넘게 사는 종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됨. 어떤 해면은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유성생식이 가능해지지만, 어떤 해면은 최소 몇 년은 있어야 가능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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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면은 출아법과 아구형성에 의한 무성생식과 정자와 난자에 의한 유성생식을 전부 함. 해면의 생식은 복잡하고도 기괴한데, 대부분의 해면은 자웅동체이지만 따로 생식기관을 갖지는 않음. 산란된 정자는 같은 종의 다른 개체를 만나면 소화되는 대신 물의 흐름에 따라 난자로 운반됨. 이렇게 수정된 해면의 '알'들은 물속으로 즉각 방출되는 경우도 있고, 부화할 때까지 일정기간 품어지는 경우도 있음. 알을 품음으로써 해면은 공생 미생물을 수직 전파함. 그렇게 부화한 유생은 부모의 곁을 떠나 다른 곳을 향해 유영하기 시작함.






신기한 해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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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규소로 이루어진 육방해면류 유리해면의 골격은 마치 광섬유케이블처럼 빛을 모음. 빛의 수집은 공생하는 새우들이나 먹이인 규조류 플랑크톤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활용된다고 추측됨. 해면은 광합성을 하는 내공생체 말고도 다른 바다속 유기체들과 광범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동맹이 바로 갑각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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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방해면류의 일종인 비너스의 꽃바구니(Euplectella aspergillum)는 자그마한 해로새우과(Spongicolidae)와 공생하는데, '해로(偕老)'라는 말마따나 이 새우 암수 한쌍은 아주 어릴때 해면의 내부로 들어와서 평생동안 그 안에서 먹고 자라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몸집이 너무 커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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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해면은 갑각류를 포함한 작은 동물들을 적극적으로 포식하는 육식성임. 그러니까 스폰지밥의 플랑크톤 사장은 자그마한 요각류(갑각류에 속함)이므로 스폰지밥이 만약 육식 해면이라면 한끼 식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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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처럼 기괴하게 생긴 이 육식성 해면은 몸에 달린 벨크로 찍찍이 모양의 갈고리로 작은 갑각류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뒤, 얇은 소화막으로 먹잇감을 감싸 천천히 소화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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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육식 해면은 대부분 심해에 서식하기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들이 많고, 모양도 아주 다양함. 탁구공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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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자이언트 배럴 스펀지'라고 불리는 어떤 해면은 말 그대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데, 무려 성인 남성이 통으로 들어갈 만큼 거대한 1.8m의 지름을 가짐. 수명이 2,000년 이상인 이러한 거대 해면을 보면 자연스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심해 어딘가에 훨씬 더 거대하고 오래사는 고대의 해면이 존재하진 않을까 상상해보게 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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