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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클 Nov 01. 2017

회사생활 대백과사전

단어로 다시 쓰는 직장인의 삶




1-1.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실어증]
회사에 다니다 보면 아무 말도 하기 싫은 경우가 많아진다. 전화가 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종일 입을 닫고 살 때도 있다. 원래 말수가 적은 나이기도 하지만 회사에선 더 말이 없다. 회사에서 걸리는 다른 종류의 실어증도 있다. 페이스북에서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웹툰으로 유명해진 ‘약치기’ 작가의 책 제목,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왜 이렇게 일하기가 싫을까? 남이 시키는 일이라 그런가? 그렇다고 하기엔 해도해도 너무 하기 싫은데? 내가 적성을 잘못 찾은 건가?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나의 길인가? 온갖 회의적 질문에 들게 하는 우리의 회사 생활, 되도록 적게 하고 싶고, 이왕이면 안 하고 싶은 게 ‘일’일 것이다.





1-2. 퇴몽 VS 먹고사니즘


[퇴몽 vs 먹고사니즘]
하지만 우리에겐 매 순간 실존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먹고사니즘. 도서 <퇴사학교>를 인상깊게 읽었는데 거기서도 심층적으로 다루는 먹고사니즘이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삶의 근간은 돈에서 나오고 우리는 기본적인 생활이 기반이 된 후에야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성찰할 여력이 생긴다.

실제로 나도 그랬다. 하루하루 일하고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언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삶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근간은 생활의 안정이고 그 안정은 회사가 주는 월급에서 나온다. 우리는 당장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단 회사에 붙어 있어야 한다.

사실 수년 전부터 퇴몽을 꿨더랬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나같이 게으른 이에게는 꿈도 꿈으로만 남는 것일까?' 하면서 많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 이룰 수 없는 꿈은 그곳에 이르면 결국 없어지고 말 무릉도원과 같은 곳이다. 나는 막연히 퇴사를 꿈꾸며 이렇게 불평하고 토로하는 상태에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매수 시점을 놓친 주식 투자자가 계속해서 바닥으로 치닫는 주식을 언젠간 오를 거라고 잡고 있는 미련한 심정이 이런 것일까?


의미를 찾아서


나는 의지가 약한 이상주의자 유형이라 당장 회사를 떠날 수 없다면 이 안에서 어떤 의미라도 찾아야만 했다. 회사 생활에 어떤 의미 있는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회사에서의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겨보면 어떨까? 독서와 글쓰기를 소극적 취미 생활로 지속하고 있는 나에게 그 정도면 괜찮은 의미부여가 되지 싶다. 그래서 나는 내 회사 생활에 대해 적기로 했다.

회사에 대해 쓸 적에 무엇을 쓰면 좋을까 생각해보니, 역설적이게도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 일을 잘할 수 있나'였다. '고통을 주는 공간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살아남는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서라도 생존할 수 있다'. 이런 개똥철학을 갖고 회사를 하나의 훈련소로 대했다. 어리바리한 훈련병이 훈련소에 들어가면 씩씩하고 기술을 갖춘 군인이 되어 나오듯 회사 역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일에서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배울 게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1-3. 준비물 : 회사생활 백과사전


언젠가는 나도 당신도 회사를 떠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회사에 있는 동안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아진다.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과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이 회사를 나가면 경험 못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최대한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료의 언어, 나와 다른 강점, 업무 습관이나 태도가 느껴지고 보이기 시작한다. 나에게 맞는 것도, 맞지 않는 것도 있으니 취사선택하면 그만이다.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학습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지만, 회사가 시키는 대로 그저 생각 없이 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말처럼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어떤 핵심이 있어야 우리는 무게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다. 회사에서도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어야 우리는 버틸 수 있다.


이렇게 결심하고 나니
회사는 학교였다.


돈을 받고 다니는 학교니 '국비 지원 학교'라고 이름이라도 붙여줘야 하나 싶다. 회사생활을 통해 배운 것들을 단어를 중심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회사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모였으니 '회사생활 백과사전'이라고 하겠다.

회사생활 백과사전은 무한한 생성과 변용을 할 수 있는 화수분 같은 사전이다. 나만의 백과사전이 있고, 여러분만의 백과사전이 있다. 여러분에게 나만의 정의와 노하우가 담긴 사전을 펼쳐 보여주겠다. '이건 진짜 백 퍼센트 내 이야기다'하며 공감할 내용도, 야구장 응원가서 치킨을 먹느라 경기에 신경쓰지 않는 도중 맞은 상대팀의 뜬금 홈런 같은 내용도 있을 것이다. 모쪼록 회사라는 아오지 탄광에서 채굴한 나의 단어가 여러분의 마음 한구석에서 공명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평범한 직장인의
평범한 시간을 찾아서


누군가의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시간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다'고. 나는 여러분들에게 나의 회사 생활을 보여주려 한다. 나의 회사 생활을 엿보면서도 당신의 회사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것은 나라는 한 인간의 생활이기도, 대한민국 회사원이라면 누구나가 겪고 있을 일상이니 말이다. 지금부터 나의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상에 당신을 초대한다. 초대에 응한다면 나의 아침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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