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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클 Nov 06. 2017

서른이면 뭐라도 될 줄 알았더니

- 직장생활, 이젠 좀 알 것도 같아


혹시, 논스톱이라는 MBC시트콤이 기억나는가? 나는 논스톱이 주는 웃음과 논스톱이 심어준 로망으로 수험생활의 압박을 견뎠다. 그 로망이란 것은 이런 거였다.
1. 모든 대학은 잔디 벌판이 있고
2. 매일같이 소개팅을 하지만 사실은 멋진 선배와의 로맨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고
3. 공부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캠퍼스의 낭만만이 가득한 것.


그런데 입학하는 순간, 이게 웬일!
논스톱이 나에게 준 것은 엄청난 선입견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학에 잔디 벌판은 있었으나 현실은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였고, 소개팅은 그리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었으며(그래서 로맨스 역시...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잘못이 크다), 취업을 위해 영어를 비롯해 각종 자격증 취득, 학점관리 등 수많은 시간을 공부하며 대학생활을 보내야했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이미 TV중독자였으니, 그만큼 겪고도 또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드라마를 통해 직장인에 대한 환상을 품기 시작했다.


그래, 직장인은
달라도 뭐가 다를 거야.


직장에 가고 서른 즈음 되면
1. BMW 정도는 몰고 다니고
2. 휴가 때면 해외여행을 가며
3. 괜찮은 취미 생활 하나쯤은 즐기며 살 줄 알았다.


또 당했다.
1. 나? BMW다. Bus-Metro-Walk
2. 휴가 때 해외여행? 애초에 휴가도 못 가고 있다.
3. 취미 생활 즐길 시간에 잠이나 자지.


대학생활을 하며 꿈꾸던 대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이 지구 어딘가에 분명히 있겠지만, 내 주변에는 나와 같은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99프로이다. (근묵자흑인건가)

그래서 난,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 나를 포함한 99프로가 기대했던 직장인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왜 자꾸 더 행복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어젠가 나의 상사는 참는 것이 어른이고 견디는 것이 회사생활의 방법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난 아직 한참 꼬맹이인가보다. 괴리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급기야 마음의 병을 얻는데 이르렀다. 회사를 전전했고, 많은 동료들이 생겼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하나 같이 나와 같은 고민을 다양한 모양의 생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생활을 참 잘하는 동료가 나에게 말했다.
“하냠씨는 대표님들이 참 좋아할 스타일인 거 같아요. 알아서 열심히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할 때가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나중엔 당연하게들 생각하시고 안하면 열정이 사라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이건 몇 년 더 사회생활 해본 제 생각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에겐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내 모든 인정을 회사에서만 받으려 했고, 자아실현 역시 회사에서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딸의 역할로 엄마에게 부비대는 응석(사랑이라 말하겠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느끼는 혼자만의 풍족함,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한 뒤에 오는 뿌듯함 등 다양한 감정들 역시 나에게 주는 인정과 마음의 양분이었다는 사실을 직장생활을 하며 잊어가고 있었구나.

나에게 1순위는 무조건 회사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우선순위를 나 자신으로 옮겨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고, ‘이게 맞나’ 싶은 생각도 자꾸 들었다. 하지만 일을 인생의 전부가 아닌, 일부분이라 정의하고 난 뒤에 나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의 내적 갈등은 끝내 8개월 간의 백수생활로 나를 이끌었다. 백수생활 동안 ‘내가 누군지 찾겠다, 더 이상 흘러가는 대로 나를 놔두지 않겠다’ 는 굳을 결심을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온전히 시간과 에너지를 가치관 정립에 써보려 했던 나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알바와 프리랜서를 전전하고야 말았다. (지인들이 돌아가며 밥을 사줄 정도였으니 빈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직장생활 할 때보다 10배는 행복했다.)

오늘은 내가 백수생활을 하는 동안 ‘직장생활’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아갔던 과정들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청춘 직장인들에게 나눠보려 한다. 당신의 지금보다 덜 힘든 회사 생활을 위해, 치얼스!


 





10일에 한 번 퇴사학교가 발행하는 직장인 진로 탐색 콘텐츠, 순간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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