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폭풍전야의 때를 박차고 일어서는 용기
얼마 전 SNS에서 웃기는 도표를 발견했다.
아니 사실 웃겼다는 건 거짓말이고 너무 슬퍼서 울다가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애써 외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순간퇴사 구독자들과도 그 ‘웃픈’ 도표를 나누고 싶어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초중고 정규교육과정을 밟으며 문․이과로 나눠진 우리는 경․상계열, 인문계열, 자연계열, 공학계열로 세분화되어 대학에 진학한다.
경․상계열에 진학한 이들은 후에 CEO의 자리에까지 오르지만 회사가 부도나고 겨우 일어서 치킨집을 차린다. CEO가 되지 못한 경․상계열 출신들은 백수로 지내거나 퇴직 후 결국 백수가 되어 아사한다. 굶어죽는다니, 지극한 신파의 한 장면 같은 이런 극단적인 결말은 지금부터는 생략하겠다.
인문계열은 어떤가. 참고로 에디터는 인문계열 출신이다. 백수로 지내다 치킨집을 차리거나 돈 못버는 작가가 되어 전전긍긍하다 치킨집을 차리거나, 이하 생략. (앞서 아사는 생략하겠다고 했다.)
자연계열의 경우 아사한다. 아사 밖에 답이 없다. (웃자고 만든 걸 테니 굶어죽기 딱 좋은 동지들이여, 너무 들고 일어나지는 말자.)
공학계열은 비전이 좋다고 생각했다. 찾아주는 곳 많은 이들의 행보는? 과로로 과로사하거나 과로를 못 견디고 뛰쳐나와 치킨집을 차린다.
이 도표를 보고 “에이, 말도 안돼” 하는 반응이 나와야 정상일 것 같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웃긴다.”, “맞는 것 같네”하는 소리가 나오니 씁쓸하다. 치킨집은 초기 투자비용과 진입 장벽이 낮아 퇴직이나 퇴사 후 많은 이들이 도전해 봄직한 분야로 생각한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킨을 좀 많이 먹나.
그러나 치킨집 창업에는 새카맣게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더라. 서울에는 제자리에 서서 반경 1km 내 치킨집을 세어보면 약 8.5개를 발견할 수 있단다. 서울면적이 605.25㎢ 정도이니 치킨집이 대략 5144개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중 절반 정도가 이른 폐업을 맞게 되는데 대부분은 치킨집 창업 후 3년 이내에 폐업을 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동네에 수도 없이 새로운 치킨집이 들어서지만 금세 간판을 갈아치우거나 아예 가게가 없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치킨집을 예로 들었지만 웬만한 자영업을 포함하여 우리가 회사를 떠나 시도해보겠답시고 기웃거리는 많은 일들의 처지가 이토록 녹록치 않다. 가능한 새로운 먹고 살 방안을 찾아 퇴사하고 싶은 우리에게 더 없이 암담한 이야기다.
퇴직금을 창업하는데 썼다가 죄다 날렸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괜한 도전을 할 바에는 퇴직금을 아껴 분산 투자하며 야금야금 살아가는 게 낫다는데 멀쩡한 회사를 다니면서 대뜸 한식당을 차리겠다는 이가 있었다고?
금융회사에서 노새처럼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새로운 먹고 살기와 남다른 인생계획을 꿈꾸며 아내와 함께 서울 남산 자락에 15평 식당을 열었다는 그. 월급에 의존하는 가계경제와 직장에 얽매인 인생계획을 주체적 삶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영(自營)의 토대를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것이 이정훈 소장 부부의 생각이었다.
그는 우리 같은 보통 직장인들과 다를 게 없던 사람이었다. 좋은 직장과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고 ‘열에 아홉은 실패한다’는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은 두려움에 포기해버리는 대신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고 창업 이후에 자신이 없어도 직원들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설계해 보기로 했다.
이정훈 소장과 그의 아내가 ‘재미있는 실험’이라 이름 붙이고 아무도 모르게 일을 벌이기 시작한 뒤, 회사를 그만두고 연 매출 5억원이 넘는 가게 사장임과 동시에 네 개의 서로 다른 직책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창업을 꿈꾸면서도 현재의 안정된 직장도 포기할 수 없는 회사원, 창업을 결심하고도 무엇부터 시작할지 고민 중인 예비 창업자, 퇴직 이후의 삶을 걱정하기 시작한 중년의 회사원 등 새로운 먹고살기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정훈 소장의 “재미있는 실험”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실험을 설계하고 미래를 계획을 시간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