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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클 Oct 16. 2017

그러는 퇴사학교 직원들은 행복할까

- 강점 기반 커리어와 조직문화 설계 입문서




행복한 일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 퇴사학교

퇴사학교의 모토다. 행복한 일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나 순간퇴사의 구독자분들을 비롯해 행복한 일을 찾고 싶은 어른들을 수없이 만나면서 항상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그러는
퇴사학교 직원들은 행복한가요?


대표님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갑자기 눈에 힘을 풀고 입꼬리에 힘을 준 채로 입맛을 다시며 “네” 하고 대답하시던데 그 대답이 진실이라면 아마 우리 대표님은 행복한 사람들 무리 중에 가장 피곤한 사람일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반응하냐고? 나 역시 하도 같은 질문을 많이 듣다보니 이에 대처하는 설정값이 있다. 일단은 ‘어머 그런 질문을 다~ 위트 있으시군요’ 하는 눈빛을 보내고선 일부러 오바하면서 크게 웃는다. 그러면 보통 질문을 한 상대방과 주변 사람들도 따라 웃더라. 웃음이 그칠 즈음 ‘네. 뭐 그럼 행복하죠. 네네’ 다른 직원들도 각자 준비해둔 대답들이 있을 게다.


자, 그럼 여기서 폭탄선언!
퇴사학교에서 일하는 나는 행복할까? 만약 행복이 100의 상태이고 그렇지 않을 때 행복하지 않음이라고 나누려면면 나는 솔직히 행복하지 않다. 작은 회사를 다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감당해야하는 일들의 절대적인 양이 많고, 하루하루 회사가 생사의 기로에 서있기에 치열하게 변화에 대응도 해야 한다. 지금은 황금연휴라 불리는 민족의 대명절인데 나는 할머니 댁에 방문했다가 차로 한 시간을 나와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이 원고를 마감하고 있다. 거기다 흔히들 말하는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안정감 같은 것은 기대하기도 힘든데 여전히 부모님과 회사 문제에 대해 실랑이를 벌여야 할 때도 있다.


명절에 일하고 앉았다고, 내 노고를 알아달라는 볼멘소리나 하자는 것은 아니고 이참에 오늘은 행복한 일을 찾고 싶었던 퇴사학교 멤버들과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프로페셔널한 업무를 위한 규칙

스스로 ‘초일류 일잘사원(일을 매우 잘한다는 뜻이란다)’이자, 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에게 그는 회사 대표고, 퇴사학교를 찾는 사람들은 그를 교장선생님이라 불린다. 그가 말하는 초일류 일잘비법은 간단하다.


1) 할 일을 정한다.
2) 정한 일을 한다.
3) 한 일을 돌아본다.


뭐든지 3단계로 표현하면 간단해 보이기 마련이다. 이 세 가지가 어려운 나는 ‘일잘’이 되긴 글러도 한참 글렀다. 결국은 Self Management에 대한 이야긴데 원래 자기 자신을 데리고 사는 게 제일 힘든 법. 나는 나를 관리하는 게 가장 까다롭고 어렵다.


대신 나는 적어도 대표가 제안하는 업무 룰을 지켜보려 애쓰는 직원이다. 그 중 몇 가지를 공유하려 한다. (참고로 그는 이런 식으로 나열하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1) 납기와 아웃풋 준수는 생명!


- 우리에게 납기를 어기는 것은 죄악시된다. 업무를 분배할 때 각자 정확한 납기와 아웃풋을 정의한다. 납기와 아웃풋이 정해지면 반드시 이를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죄악이라니 무섭지 않은가. 대신 우리에게는 한 가지 더 중요한 규칙이 있다.

- 중간에 변동사항이 발생할 시 사전에 납기&아웃풋을 조정하고 이를 공유한다. 회사에서는, 특히나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조직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슈가 수도 없이 발생한다.

- 이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납기가 미뤄질 경우 사전에 공유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런 과정 없이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끝내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우 뿐이다.



2) 아웃풋 조건을 명확히 하자.


-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길 바라는 사람은 정말이지 개떡으로 뒷통수를 한 대 치고 싶어진다.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들을 수밖에 없다.

- 업무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로 생각하는 아웃풋의 조건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한쪽이 대충 말하더라도 다른 한쪽이 구체적으로 물으며 재확인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에도 납득이 될 때까지 이해시키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

- ‘나름대로’ 열심히 해갔는데 상대방이 내 아웃풋을 휴지조각 취급을 해버린다면 상대의 인성을 의심해볼 필요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아웃풋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고 업무를 받은 내 책임도 면하기 어렵다.



3) 중간 리뷰는 빠를수록 좋다.


- 나 같은 경우에는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이라는 용어를 퇴사학교에 와서 알았다. 중간중간 에스컬레이션을 자주 해달라는데, 자주 해야 할 일이 뭔지 모르면 큰일이겠다는 생각에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에스컬레이션이 대체 뭔가요?


- 에스컬레이션은 쉽게 말해 중간 리뷰였다. (에스컬레이션은 여섯글자고 중간 리뷰는 네글자인데 왜 에스컬레이션이라고 어렵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업무가 진행되는 중간에 대표나 팀원들에게 업무내용이나 이슈를 자주 공유하자는 것이다.

- 특히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나 업무에 치명적인 지장이 생겼을 때 혼자 끙끙대며 해결해보는 성의를 보이는 것보다 빠르게 공유하고 같이 플랜B를 찾아내는 것이 효율적이다.



4) 내가 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안다.


- 회사 안팎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명 ‘까라면 까는 거지’ 식의 업무진행은 퇴사학교에 없다. 까래도 못 까면 못 까는 거다.

- 도무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어떻게든 해내보려 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을 못한다고 말하는 데에 몇 배의 용기가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못한다는 이야기가 마치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들추는 것 같았거든. (엄연히 따지고 보면 능력부족이 맞긴 하다.)

-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쿨하게 인정한다. 대신 어떻게 해결할지 도움을 청하면 된다. 그러라고 우리가 조직에서 엉기성기 모여 일하는 것 아닐까. 우리에겐 내가 못할 일을 도와줄 동료나, 그렇다면 그 일을 안 하기로 결단해줄 대표가 있다.



5) Maximizer가 되어 끝장을 본다.


- 에스컬레이션을 하고, 못하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맡은 일들을 슬렁슬렁 넘길 기회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늘 되뇌지만 여기는 회사니까.

- 내가 맡은 일은 어쨌거나 내가 매듭을 짓는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나 말고 수습해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잠시 마음은 편하겠지만 무책임하다. 이 프로젝트의 최후의 보루는 나다.

- 우리가 종종 우스갯소리로 회사의 주인은 대표다, 회사가 망해도 신용불량자의 길을 걷거나 감옥에 갈 사람은 대표라고 떠들지만 각자가 맡은 프로젝트에서의 주인은 본인이다. 다른 팀원들이 놓치는 것까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챙길 수 있어야 한다.



6) Input이 아닌 “Output”으로 승부하자.


- 순간퇴사 오프라인 모임에서 구독자 중 한분이 회사에서 잘 살아남는 비결은 ‘엉덩이 힘’이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오래 앉아있는 것, 사무실에서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는 것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 적어도 우리는 그런 것이 없다. 자신에게 맞는 바이오리듬, 시간, 장소를 찾아 업무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재택근무가 허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 흘러가는 시간에 나를 맞춰 모니터만 보고 늘어져있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다.

- 한편, 아웃풋으로 승부를 보기란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기 대회보다 더 치열하고 어려운 일이다. 지금 아웃풋 달성을 위해 황금 연휴에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내 모습이 그 예시다.



7) 번아웃 관리


- 번아웃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대두된 지도 꽤 된 듯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스스로 번아웃이 된 느낌이 들어도 친구들에게나 토로하지 회사에다 대고 “저 번아웃이 온 것 같아요” 라기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그 어려운 걸 우리는 한다. 번아웃은 누구에게나 오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번아웃 지수를 체크하고 관리하며 적절히 쉬어갈 필요가 있다. 힘든 티내는 것이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번아웃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다.(라고 말하는 우리 대표님이 가장 번아웃이 자주 옵니다. 그만큼 아주 바쁘거든요.)


우리의 업무 룰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보이기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자유로운 스타트업의 분위기를 들어 다른 직장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룰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구성원들 간의 합의로 지켜지고 있지만 병폐가 생기거나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우리 중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업무방식에 대한 의견을 자율적으로 제시하고 합의된 사항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 역시 우리의 조직문화 아니겠나. 다만 여러분이 이번 순간을 읽으며 우리 각자가 어떤 태도로 업무에 임하고 회사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지 돌아볼 기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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