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출간, 창업 3종 세트
나는 직장 동료의 부러움과 응원을 한 몸에 받으며 퇴사했다. 물론 우려와 걱정의 시선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았다. 평일 오후, 외근이 아닌 퇴사자의 신분으로 당당히 정문을 나오는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으니 오늘 이후부터 나의 삶은 온전히 스스로 감내하고 책임져야 했다. 이제부터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TV와 인터넷 뉴스를 통해 매년 쏟아지는 기사 중의 하나가 바로 ‘청년실업’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오늘도 남들과 경쟁하며 치열하게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취업한 사람 중 1년도 되지 않아 퇴사하는 사람의 비율도 약 25%나 된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라며 비난하기도 하지만 정말 요즘 젊은이들이 끈기나 인내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일까?
우리는 정말 힘들게 스펙을 쌓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어렵게 회사에 입사한다. 그 과정의 고단함은 부모님 세대의 그것과는 죄송하지만,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도대체 왜 그만두는 걸까? 나는 4년 가까이 회사 생활을 버텼지만 결국의 퇴사 이유는 조기 퇴사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뭐지?
요즘 같은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는 ‘취업만 시켜주면 어디든 간다.’라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꿈’이라던지 ‘하고 싶은 일’ 같은 단어들이 취준생들에게 사치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씁쓸하기도, 서글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소한의 자아 탐색과 그에 따른 세밀한 진로 설계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하다. 수십, 수백 개의 기업에 자기소개서를 돌리며 뽑아주는 곳에 취업하는 것은 당장 취업의 문턱은 넘을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은 ‘내가 지금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게 맞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거였나?’라는 업(業)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는 시기가 언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그 모든 질문에 대해 스스로 자문해 봤을 때 한 가지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바로 거기서 생겨난다.
지금 하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닐 때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사람은 더 비참해진다.
경쟁에서 언제나 이겼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치열했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삶이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스스로를 돌아보니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단 한마디조차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지금의 삶은 어딘가 잘못되었다.
결국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라 표현되는 나의 10대, 20대 시절을 되돌아보면 정말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렸다. 왜 이렇게 달려야 하는지 스스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이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열심히만 하면 다 잘될 거라 했다. 하지만 ‘열심히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인지 알아야 했고, 내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야 했다.
“인생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 정지하는 것이 바로 앞서 나가는 것이다. – 마윈, 알리바바 CEO”
나에게 지난 1년은 잠시 멈춰서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물론 마냥 제자리에 얌전히 서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쉴 새 없이 제자리 뛰기를 했고, 때로는 발걸음을 옮겼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다시 달려 나갈 방향을 잡았다. 이 앞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내 결정에 후회 없도록 앞으로 한번 열심히 뛰어 볼까 한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달린 당신. 하지만 혹시 그 길에 의구심이 든다면, 잠시 멈춰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부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