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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 흔들

엉성한 솔기는 나의 은밀한 자랑입니다

by 홀로움
Screenshot_20250501_101349_Instagram.jpg Paige Keiser의 작품

미결 / 안희연


사과파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은 날들입니다


진심을 다하려는 태도가

늘 옳은 것은 아니라고

멀리두고 덤덤히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반으로 갈린 사과파이가 간곡히 품고 있었을

물컹과 왈칵과 달콤,

후후 불어 삼켜야 하는 그 모든 것


사과파이의 영혼 같습니다

나를 쪼개면 무엇이 흘러나올지 궁금합니다


쪼개진다는 공포보다

쪼갰는데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공포가 더 크지만


밤은 안 보이는 것을

보기에 좋은 시간일까요 나쁜 시간일까요


사실 나는 나를 자주 쪼개봅니다

엉성한 솔기는 나의 은밀한 자랑입니다


아무도 누구도 아무도

들어 있지 않은


반대편이 늘 건너편인 것은 아니라고

속삭이는 문


결말은 필요 없어요

협곡을 뛰어넘기 위해 필요한 건

두 다리가 아니에요


여기 이렇게 주저앉아

깊어져가는 계단이면 돼요

단춧구멍만한 믿음이면 돼요


Screenshot_20250427_084319_Instagram.jpg Paige Keiser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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