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비
야구를 볼 때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몸을 날려 공을 받고
완벽하게 송구하여
타자를 잡는 유능한 수비수처럼
어디서 어떻게 날아오든 누가 던지든
어떤 마음이든 거뜬히 받아내고 싶었다.
품안의 자식이라지만
평생동안 짝사랑을 앓더라도
잠시나마 한때 누군가의 전부
최애가 되고 싶은 바람이
여전히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어찌할 도리없이 겪어내야 할
엄마가 되고 싶었던
온전한 내 몫의 공을
넘어지며 온몸으로 받아내는 중
" 내 마음이 던진 공을
내가 받으며 노는 시간
그래도 가끔은
지평선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다
불타는 공이 날아왔다는 것은
불에 탈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나는 글러브를 단단히 조인다 "
[캐치볼 中 / 안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