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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Unfailing Love

by 홀로움
Holly Hatam 작가님의 작품


자율신경실조증을 앓고 있는 나에게

불면증은 최대 적이다.

지난 주부터 자주 깨거나 깨고 나서

다시 잠들기 어려웠고

어제는 잠들기까지 3시간 이상 걸렸다.


칼같이 규칙적이었던 생리주기가

예측불가로 계속 바뀌고 있으니

이른 갱년기 증상인 것인가

그것 때문이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니

차라리 다행이다 싶겠다.


억지로 자려는 강박이 불면증을 키운다고 들었지만 못 자면 안되는데

눈밑 떨림이 더 심해지면 어쩌지

밤이 되니 더 선명한 모습으로 떠오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러 생각들이 고이 떠나주기를 바라며 잠을 청했다.


평가받고 판단받는 것을 싫어하기에 왜 저렇게 행동하고 말할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표현하진 않더라도 누군가의 어떠함을 보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 몹시 괴롭다.


그 사람의 의도는 그게 아닐거야? 그럴수도 있지. 어떤 상황인지 잘 알잖아?

자책하며 당장은 잘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진심을 찾고 헤아리는 일에 에너지를 쓰고 있다.


누구보다 이해하고 알아주어야 할 대상이라 여기는 가족끼리는

마음을 몰라주고 받아주지 않는 것에

감정적으로 서운해져 자신도 모르게

참소자가 되어 서로에게 더욱 못되게 굴게 되기도


나는 옳고 그름을 가려 분별하는 판사와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증명하려 애쓰는 피고석을 오가다

누군가를 변호하는 변호사의 자리에도 선다.


사랑이 들어설 틈이 전혀 없는 팽팽하지만 소모적인 신경전이나

반대로 사랑과 인정을 확인받고 싶어 몸부림치는 곳이다.


예수님 믿는 사람이라는 말이 엄마에게서 나오면 어느새 엄마와 딸이 아닌

믿지않는 자와 신자의 갈등으로 양상이 바뀌고 있는 그대로 엄마를 사랑하고 품지 못하는 나는 중한 죄인이 된다.


지속적이고도 끈질기게 마음을 묶어놓는

거짓된 죄의식에 붙들렸다가

이 수준밖에 안되는 나를 받아들이고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는 감옥에서 걸어나와

이제 멀어지고 있는 중이라 생각했건만 제자리였던 것인지


거친 생각과 모진 말로 행여 누군가를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진 않았을까 염려하며 밤새 뒤척였다.


그럼에도 조금은 뻔뻔하게

실패하지 않는 사랑앞에

다시금 나를 내맡기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절대 무해할 수 없는 나를

애틋하고 측은하게

소망으로 바라보시는 분의

한결같은 시선에 오늘도 나를 푹 담근다.

Holly Hatam 작가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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