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시간은 원반던지기 놀이를 즐긴다.
솜씨가 좋아 백발백중 명치를 가격하고
뒤통수를 명중시킨다.
그러니 우리에겐 적당량의
보늬밤조림이 필요하다.
누가 밤을 꿀에 재울 생각을 한 걸까.
재운다는 말은 왜 이리
다정하면서도 아플까.
자장자장. 밤을 재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재운다.
이런 밤이라면,
아껴 먹지 않을 도리가 없다."
- 안희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중 -
그 또한 결국
너를 살게 해 나도 살게 되는
배려의 다른 모습이라 여겨
그러는 걸 알아 더 아프지만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위로할 길 없는 슬픔
온전히 말해질 수 없는 일들 속에
작은 언어에 다 담을 수도 정확히 가 닿을 수도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음에
말하지 않기를 선택한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하시려는가
한동안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말을 잃고 끙끙거리며
그날의 감정들이 쌓이지 않고 흘러가도록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게
안하던 달리기로 몸을 고단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기록은 점점 좋아졌다는
당위와 의무, 기대를 내려놓고
서로 측은히 여기며
고르고 고른 체에 걸러
사랑하는 마음만 남을 수 있기를 원하나
무력감을 함께 견디며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곁에 머무르지 못하고
나를 지키겠다고 적정 거리에 서서
간격을 재배치 하려는 나에게
서로를 지키며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상대를 상대로 일으키는 일이고
결코 사랑을 잃는 일이 아니니
불안해하지 말라며
있음 그 자체로 힘이 되는 분께
돌아가 안길 품이 없는 가족들을
간곡히 부탁하며 맡기고 또 맡기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듬쑥 잡지도 시린 마음 곁에 눕지도 못한채
그들 언저리를 아치랑거리는 나를 본다.
이런 나의 무지근하고 저릿한 통증을 아시고
아직 미처 ‘말이 되지 못한 말’과 ‘탄식과 절규’
이미 ‘말해진 것 그 너머의 소리’
‘온전히 전해지지 못한 진심’까지
기도로 분명히 들으시는 분이 계신다
내가 부를 때마다
내 깊숙한 존재에 가 닿는 빛으로
연신 어루만지시며
어둠속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시고
굳은 마음과 염려를 지워내
새 소망을 들려주시고
편히 잠들 수 있게
자장자장 재워주시는 분
보늬밤조림보다 더 달콤하고 따뜻하게
완벽하게 잠들게 하시는
늘 들으시고 부르시며
끝내 부를 수 밖에 없는 분이시여
애끓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을
찾아가 쉬게하소서
당신은 참 날 사랑해 똑같은 그 어려움에
도망가지 않을게 속삭이듯 날 불러주며
나의 이름 석 자는 네가 부르지 않아도
넌 그렇게 지내렴 내가 너를 불러줄게
크게 퍼진 내 마음 절대 담지 못하게 될 때
너의 이름에 담을게
나의 눈길이 닳아
사라지지 않는 네 이름으로
지워버린 것들에다
아쉽게 지난 놓쳐버린 말을 다해
굳은 마음아 네 이름에 전해주렴
얼마만큼 내가 어떻게 감히 말해
귀를 열어줄래 네 이름을 불러줄게
당신을 참 푹 사랑해 똑같은 그 어려움에
도망가지 않을게 또렷이 널 또 불러주며
너의 이름 석 자에 내 이름이 가득 차네
그래 그렇게 지내렴 내가 너를 불러줄게
크게 퍼진 내 마음 절대 담지 못하게 될 때
너의 이름에 담을게
많이 힘들었나 봐
힘겨운 눈빛으로 날 볼 때면
지워줄게 그 모두 다
아쉽게 지난 놓쳐버린 말을 다해
굳은 마음아 네 이름에 전해주렴
얼마만큼 내가 어떻게 감히 말해
귀를 열어줄래 네 이름을 불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