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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로움 May 15. 2024

가벼워지다

눈물

울음을 가진 아름다운 자세는

눈물이라는 고결한 태도에 닿아 있다

 

눈물이 팽창하는 비애의 방식으로

공중을 천천히 차오르며 출렁거릴 때

울컥, 한 방울로 완성될 때

 

슬픔이라든가 면역에 대해서는 

짧은 호흡으로 말할 수 있지만

그리운 이름은 입 안 가득 고여 

입술을 떠나지 못한다

 

심장 저 깊숙한 곳에 묻어 두었던 첫 번째 고백은

더 단단히 둥글게 말아 올리는 자세를 고집하고

 

다정한 체온이 건너가지 못하는 슬픔은

저 혼자 깊어져 주저앉기도 한다

 

눈물이 터지기 직전까지 울음이 아니다

그래서 참는다는 말의 장력은 떨림이다

 

주저하는 입술 혹은 수백 번의 고민 끝에

발자국 소리 없이도 떨어져 나온 이름들이

공중에서 천천히 가벼워진다

마침내, 눈물은 길게 호명된 이름으로 

투명해져서 입술을 떠난다

 

- 이기영  " 눈물이 비눗방울이 되는 능력 " -

 

눈물을 멈추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 같았던 

2주간의 시간이 지났다. 

 

나를 해제시킨 건 4월 말 양평에서 열렸던 망원이 축제  


영롱한 무지개 빛을 내며 떠오르다 터져버리는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을 배경으로 

 

내가 늘 바란 건 하나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이라는 

사랑스러운 신망원 아이들의 합창을 듣다가 

 

아이들의 포근하고 아름다운  토닥임에 벅차올라 

개장한 슬라이딩 수영장처럼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어찌 할 수 없었지. 

 

영원히 더 머물게 할 수 있는 순간도 없고 

터져야 할 것은 제때 터져야 빛을 내며 추억이 되기에


투명하고 완벽한 동그라미에 가볍게 담아 떠올려 보낼 때  

겨우겨우 만들어 낸  비눗방울이 금세 터지더라도  

아이들처럼 아쉬워하지 않고 여전히 웃을 수 있음을 

 

오늘 내가 머금은 사랑이 새로운 비눗방울로 동그랗게 피어올라 

누군가를 잠시라도 웃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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