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다비 Mar 16. 2024

너는 나의 동백이야

정연이에게

동백섬의 동백꽃/ 2024. 2. Photography by 이정연 :)






우리는 또 만나자마자 수많은 이야기를 했다.


"여기는 완전 봄이네요? 파주는 아직도 영하예요."

"응, 여긴 설 전부터 이미 한밤중 최저기온까지도 다 영상이었어. 봄도 빨리 오고 겨울도 많이 춥지 않고 음식들도 다 맛나고.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정말 살기 좋은 동네 같아." 뭐 그런 얘기부터,

서로의 실물을 처음 본 그녀와 내 남편이 구독자와 작가로서 설레는 인사를 나누며 서로 훈훈한 덕담?을 나누고 돌아간 뒤 그녀가 잡은 파노라마 뷰의 호텔방에서도 우린 계속 이야기를 했다. 체크인할 때 잠깐 조용히 했던 것 같다.


그녀처럼 이곳에 관광을 온 사람들과 강아지와 동네 마실을 나온 사람들이 섞인 틈에서 우린 사진을 찍고 산책을 했다.

바다를 보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녀를 보니 내가 손수 준비한 바다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첫 번째 책 출간을 코앞에 두고 있는 그녀를 축하하며 우린 푸라스틱으로 된 편의점 와인잔에 포도맛 웰치스를 따라 축배를 들었다.

서로에게 주겠다며 준비해 온 선물이 둘 다 책이라는 게 너무 웃겼다. 정말 못 말리는 애들이군! ㅋㅋ

배가 터질 지경으로 즐겁게 축하파티를 하고 나서야, 화장실이 반투명 유리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우린 한 사람이 화장실을 들어가면 블루투스 스피커의 음량을 높이고 창밖 풍경을 집중해서 내다봤다.



그녀의 조잘대는 귀여운 표정이 떠오른다.

로봇의 시대가 오긴 했지만 로봇이 만능은 아니더라는 이야기. 똥멍청이 같은 커피로봇이 탕비실을 엉망으로 해놓고 커피와 시럽을 죄다 벽과 바닥에 흩뿌려 놓는다는 이야기.

글쓰기 챌린지를 하고 있는 그녀가 성공하길 바라서 일단 오늘치 글부터 자정 되기 전에 어서 쓰라고 조용히 있겠다고 했는데, 이 대책 없는 수다쟁이는 자꾸만 내게 말을 건다.

그래도 하루가 넘어가기 전에 글을 뚝딱 완성한 그녀가 초천재 같았다. 역시 프로구나 싶은.


앞으로도 나는 얼마나 더 많은 도움을 그녀에게 받게 될까?

이 모든 인연과 시간들이 참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녀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주었는지 안다.

투석치료를 마치고 곧바로 500여 킬로미터를 온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건강한 몸으로 오기에도 부담스러운 거리인데.

투석치료만 마치고 나면 걸신이 들린 듯이 배가 고파지고 기계를 통과해 들어오는 과정에서 식혀진 혈액 때문에 한여름에도 온몸이 덜덜 춥다고 들었다.



목이 쉬어지게 이야기를 나누고, 북적대던 광안리 바닷가가 고요해지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다.


즐거운 시간이 20여 시간쯤 흐르자 나는 사실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를 다시 기차역까지 데려다줘야 하는데, 이대로 운전을 했다간 어디엔가 차를 처박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남편을 운전기사로 재등장시켰다. 이들은 또 서로에게 훈훈한 덕담을 나누며 기차역까지 동행했다.


받은 것보다 더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든다는 게 정말 고맙다.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서로의 존재 자체로 감사하고, 아주 오랫동안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다정하고 싶어요 다정은 공짜니까

#사람들은 다 연약한 속살을 숨기고 산다


#동백 씨는유,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히 차고 넘치는 사람이어유

#동백 씨 저는요, 동백 씨한테는 무제한이에요. 동백 씨한테는 세상에서 젤루다가 쉬운 놈 될 거예요


#원래 히어로는 막판이고 대마왕도 막판이다








즐겁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하트(라이킷) 버튼을 꾸욱 눌러주세요! 브런치는 조회수나 좋아요로 수익이 생기는 구조가 아니라서, 하트라도 많이 눌러주시면 작가가 다음 글을 창작하는 데에 기부니 조크등요♡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남편 뒤에 숨어있다고 모를 줄 알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