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야기꾼이다. 지금까지 브런치에서 별별 이야기를 다 해왔다. 그런데 나는 이야기를 듣는 데도 남다른 귀명창이다.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대단히 특별한 게 아니다. 그냥, 사는 이야기다. 조금 부족하고, 모자란 것 같아도 결국 사랑하고 서로 껴안아주는 이야기. 그래서인지 드라마도 그런 류를 즐겨본다.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들이 특히 그렇다. 각각의 삶을 듣다 보면 나와 달라서 재미있고, 나와 같아서 공감된다.
촌놈: 집, 이야기를 품다 이 책도 딱 그런 느낌이다. 마치 동네 어른들이 고구마를 까먹으며 나누는 옛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책 속에 담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집 한구석에서 만나게 된다. 골목길 이야기, 다락방 이야기, 단칸방 이야기… 집은 단순히 사는 공간을 넘어,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글을 읽다 보니, 이런 결이 맞는 분들이 모여 공저를 하셨구나 싶었다. 그들의 글벗 모임이 얼마나 따뜻하고 귀할까 상상이 갔다. 나도 이런 글벗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을 쓰고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읽고 듣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친구들을 두신 캐리소 이화정 작가님이 참 부러웠다.
2024년 6월 10일, 뜨거운 여름에 세상에 나온 촌놈. 제목을 접하는 순간 그냥 반가웠다.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지리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시면서 항상 “반장! 촌놈들 인사시켜라.” 하셨고 우리가 졸면 “촌놈들! 정신 차려라, 이 촌놈들!” 하시며, 너희들은 다 동네(村)에 사니까 촌놈들인거여~ 하셨었다. 그러면서 “오늘 배울 촌은 어디냐?” 하시며 자연스럽게 지리 수업을 시작하셨다.
책 제목이 나를 반가운 추억으로 인도했다.
표지부터 너무 포근해서 자꾸 눈길이 갔다. 그래서 구매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책을 천천히 읽을 여유가 없었다. 대신 머리맡 선반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12월이 되어서야 꺼내 읽었다. 전기장판에 누워 따뜻한 시간을 보내며.
촌놈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였고, 그 속에서 나도 내 작은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