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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Nov 11. 2023

당신도 요관스텐트 한 번쯤은 강력 추천해

비뇨기과에 가다. 스텐트 한 이야기

바다가 보이는 병원에서 퇴원 한 지 이틀 후, 영상기록과 진료의뢰서를 들고 대학병원에 갔다.


산부인과에서는 내막증이 다시 재발된 것 같다고 했다. 암담했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자, 일단 비뇨기과 가보고 MRI 촬영을 한 뒤 다음에 보자고 하셨다.


같은 날, 곧이어 비뇨기과를 갔다.

서류와 영상을 보시더니 요관스텐트 시술을 바로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게 뭔가요. 그건 나이 많으신 할아버님들 하시는 거 아닌가요_ 흑흑


지금은 아프지 않은데, 나아지지 않을까요? 했더니

CT사진을 보여주셨다. 콩팥에서 방광으로 요관이 매끄러운 호스 모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지금 내 요관은 이리저리 울퉁불퉁, 헬스보이 아저씨들 팔뚝에 힘줄처럼 울룩불룩 휘어지고 불거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대로 두면 난소 혹 때문에 눌린 부분은 요관 협착이 되어 회생이 불가능해질 수 있고, 좁아진 부분의 옆 부분은 압력이 높아져 밟힌 호스처럼 늘어져 버린다고 하셨다. 이렇게 된 건 하루 이틀에 좋아지지 않는다고도 하셨다.

지금 아프지 않은 건 계속 약을 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라고 콩팥을 이대로 두면 영영히 망가져버릴 테니 어서 스텐트라는 걸 넣어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할 틈도 없이, 스텐트 시술 날짜가 정해지고, 그날 함께 들어갈 거라는 어떤 선생님이 요관 스텐트란 무엇인가에 관해 설명해 주셨고, 뒤이어 간호사가 입원과 수술에 관한 설명을 해주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람.

생리통이 심한 걸로 시작되었던 내 병이, 임신도 어렵게 하고 임신기간에도 발톱을 드러내더니 수술, 대수술을 하게 하더니 약을 한없이 먹게 하더니 이젠 또 비뇨기과까지? 다녀야 할 과가 늘어만 갔다.

자꾸 예상치 못한 말을 들으니 심장이 대책 없이 두근두근 댔다.


바로 다음 주에 날짜가 잡혔고, 이 시술은 본인이 움직이지 않고 협조를 해야 한다며 비교적 간단한  무마취로 진행한다고 했다. 전신마취를 할 정도는 아니고, 수면마취를 해놓으면 무의식 중에 불편하고 아프면 움직일 수 있어서라고 한다. 강력한 진통제와 안정제를 넣으면서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당해보니 나 감각 다 느껴진 것 같은데?!







이번에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환자 입장에서 간단한 건 없다는 것이다. 간단하다는 건 백 퍼센트 의료진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수술실엔 맨 정신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라는 거다. 전신마취의 은혜가 분명히 있다. 간단한 시술이라고 했지만 내나 수술실에서 진행하는 건 같았고, 그들에겐 익숙하고 가벼운 것이겠지만 환자인 나는 다 벗겨진 채로 실험실의 개구리처럼 양다리를 활짝 벌린 채 꽉 묶여 있자니 너무나 무섭고 고통스럽고 또 또 무섭고 무서웠다. 수술실은 정말 너무 춥다.


영겁 같은 스텐트 시술이 끝나고, 입원실로 옮겨져 반나절 동안 경과관찰을 했다. 온몸이 너무 춥다고 했더니 남편이 담요를 더 가져다 덮어주었는데, 꼼꼼히 덮어주려고 이곳저곳 매만지는 손길이 다 통증으로 다가왔다.

"아무나 일단 덮어졌응께 나 좀 냅도!!"

숨도 쉬지 못하고 말했다.


뱃속에 가시 돋친 성난 고슴도치가 들어앉은 것 같았다.

첫 소변을 어서 누라고 했는데, 으하아악 하며 누었던 것 같다. 소변을 누고 나니 아랫배옆구리 쪽에서 다 마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계속 빨대로 빨아들일 때 나는 꼴꼬꼬로록 하는 소리가 났다.







씩씩하게 해야지, 난 잘할 수 있어! 내 콩팥 살려야지! 하며 기합을 몇 번이나 주고 스스로 다짐을 하며 갔건만, 긴장된 마음을 입원실 간호사에게 들키고 말았다. 싹 숨어버린 내 핏줄을 찾으러 요리조리 내 팔을 돌리며 손등과 팔뚝을 두드리시던 간호사 선생님이, "긴장이 많이 되시나 봐요.. 손에 땀이 나네요." 하고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담당 교수님이 우리 병원에서 진짜 실력도 제일 좋으시고 또 성품도 좋으시거든요. 저희 간호사들은 그래서 다 이 교수님 좋아해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다비님." 해주셨다.


표정만 담담하게 유지하면 아무도 모르게 될 줄 알았는데, 주책맞은 손바닥 때문에 간호사선생님께 들켜버리고 말았다. 내가 실은 너무 긴장되고 무섭다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자, 오후에 시술 잡힌 환자들 다 라인 잡아야 해서 바쁘신 중에도 커튼을 닫고 나를 끌어안고 함께 울어 주셨다. 이 천사같이 사랑스러운 간호사 선생님의 이름표를 봐 두었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어서 못 봤다. 세 달 후에 스텐트 교체술 해야 하그때 다시 만나면 꼭 이름을 기억해야지!



당일퇴원으로 진행됐는데, 퇴원을 삼십여분 앞두고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고 토할 것 같아서 화장실에 갔는데 숨이 막히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면서 앉지도 서지도 못하겠는, 말 그대로 딱 죽겠는 증상이 왔다. 아아 너무 힘들어 나 어떡하지 아아아 하면서 화장실 앞 복도바닥에 염치도 없이 막 드러누웠다. 간호사와 남편의 부축을 받아 겨우 내 자리 베드로 돌아왔다. 이후에 MRI도 촬영하러 가야 하는데, 온몸이 축축해져서 테이프가 막 떨어진다고 생님이 걱정을 했다. 이러다가 촬영 중에 또 그러면 어쩌며 통 속에서 실신이라도 하면 어쩌냐며.



환자복이 순식간에 다 젖을 정도로 땀을 쏟다가, 문득 괜찮아졌다. 그러고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아유 정말, 나 왜 이리 주접이냐. 남편이 자꾸 나보고 그것 보라고 아무것도 아니면서, 연기대상 타야 된다고, 여우주연상 감이라고 놀렸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가 당신이 함 해봐. 우리 기쁨도 슬픔도 함께하기로 했잖아? 다른 중병 걸리면 골치 아픈데, 요거 정도는 내가 해보니까 당신도 경험해봄직 하다, 그때는 내가 당신 곁에 있어줄게 했더니, 자긴 이런 스텐트 따위로 눈썹 한 올 까딱 않을 수 있다며 자신만만했다.





#남자는 요도가 길어서 더 아프다던데

#당신도 꼭 한번 해라, 강추

#보험 붓기만 할 거야? 한 번쯤 타 먹어야지


#공황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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