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오후쯤 정신을 차리고 내 침대맡 명찰을 보니비뇨기과 환자로 입원되어 있었다. 회진 오신 병동 선생님께 병명을 물으니, 급성 (혹은 만성) 신우신염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난소 혹 때문에 요관이 눌려서 소변 배출이 잘 안 되고, 그로 인해 콩팥이 망가질 위기라고 하셨다. 병증이 두 과에 걸쳐 있는 데다 자궁내막증 수술을 3차 병원에서 했었다고 하니, 그럼 여기에선 통증이랑 염증관리만 하고 최대한 빠른 날짜로 대학병원에 산부인과랑 비뇨기과 진료를 함께 잡으라고 했다.
어떻게 신우신염을 참아?
어쩐지, 디지게 아프긴 했어.
난 정-말 잘 참아. 부라보.
또, 이 지경까지 참고 말았군.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왜 때마침 비잔을 중단했던 건지, 그것만 아니면 진짜 허둥지둥 병원 올 통증이긴 했는데.
허허. 앞으로 넘어져도 뒤통수가 깨질 노릇이군.
그동안 어떻게 참고 버텼던 건지, 통증은 실로 극심해서, 마약성 진통제 아니면 전혀 통증 감소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하루 처방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내가 아플 때마다 계속 마약성 진통제로만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처음엔 진통제를 한 번 맞으면 세 시간은 기절한 듯이 잤는데, 날짜가 갈수록 두 시간, 한 시간 반으로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졌다. 자꾸 다시 아파져서 잠이 깨고, 통증을 느낀다 싶으면 몸이 못 견디겠으면서 구토가 났다.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니, 네가 눈만 뜨면 아프다고 난리를 부리다 또 꽥 토하기 일쑤인데 매번 마약성 진통제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반 진통제에 수면제나 진정제를 섞어서 주는 거 아니냐고ㅡ 내 차트에 '자꾸 토하고 성가시게 하는 애'라고 노티 되어 있을 거라고 놀렸다.
어머 그런 거 같다고, 내가 진짜 여기서 진상이긴 한 거 같다고ㅡ내가 의사래도 906호 로다비씨는 자꾸 피곤하게 구니 대학병원 진료 가는 날까지 그냥 잔잔하게 꾸준히 재우는 걸로 치료방향을 잡을 것 같다고 ㅡ 우리 둘이 카톡으로 얼마나 깔깔 웃었는지.
그 병원, 병실료가 바다뷰랑 아닌 거랑 차이 나는 거 있지? 그래서 내가 당신 바다 보면서 잘 치료받으라고 바다뷰로 병실 신청했는데, 바다 잘 보고 있어? 어때? 진짜 추가금 낼만큼 바다가 잘 보여?
남편이 얘기해서 창밖을 보니 정말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아파요 아파요 벨 누르다 꽥 토하고 약 맞고 자고 ㅡ 다시 눈 뜨면 아파요 반복하며 진상 부리느라 바빠서 미처 몰랐다고, 고맙다고 했다.
지난 며칠간 아파서 잠을 못 이루다 통증이 잡혀서 그런지, 남편의 사랑이 담긴 병실이라 그런지, 복닥대지 않는 2인실이라서 그런지, 신우신염으로 입원해 있는 동안 잠을 달게 많이 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