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생리기간만 되면 매달 그 생각이 들었다
통증으로 끝나지 않는 증상이야기
생리를 하던 시절에 나는 매달 PMS(월경 전 증후군)에 시달렸다.
걷잡을 수 없이 기분이 울적하기도 하고, 그렇게 한없이 누워있다 일순간 갑자기 식욕이 폭발하면 무엇에 홀린 듯이 떡볶이를 커다란 전골냄비에 고추장과 케첩을 왕창 넣어 만들어서 먹었다.
그러다 첫 아이 낳고 충격적인 말을 듣고 나서는 떡볶이를 뚝 끊었다. 그 후로는 빵이나 케이크로 옮겨갔었다. 정신을 차려보면 런던바게뜨에서 빵을 6~7만 원어치씩, 홀케이크를 한판씩 사 와서 밥숟가락으로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쪼이듯이 아픈 경련성 진통이 심할 땐 이거, 무지근하게 밑이 빠질 것 같을 땐 이거, 기운이 없고 토할 것 같을 땐 이거 - 주증상에 따라 진통제를 다르게 골라서 먹는 진통제 분석가가 되었다.
그렇지만 진통제로 조절이 잘 되지 않았고, 나는 매달 ‘이렇게 살아서 무엇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의 힘으로 극복되지 않았다. 나는 아무래도 믿음이 약한가 보다.
자궁내막증 수술을 하고 나서, 비잔이라는 호르몬제를 장기복용하게 되면서, 이따금씩 부 정기적 출혈은 있었지만 생리가 멈췄고_ 매 달 찾아와 나를 열흘씩 괴롭히던 PMS라는 악마에게서 그렇게 해방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작년 무렵이던가. 갑자기 깊은 물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주변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온한데 나 혼자 숨을 헐떡이며 숨을 들이쉬려고 애를 쓰는 일이 불시에 일어났다. 지속 시간은 길지 않았다. 5분~길어야 10분 남짓?
그 짧은 시간에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나는 주로 집에 있으니까 밖에서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운 좋게 넘어갔지만 다음번엔 혹시라도 사람들이 보는데서 이러면 나 어떡하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전력질주로 달리기를 한 것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찬물을 마시고 깊이 심호흡을 해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누워도 심장이 쿵쾅거려서 가슴이 위아래로 벌렁대는 것 같았다. 혈압이 막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 또한 10분~15분 남짓. 지나가고 나면 거짓말같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떤 날은 갑자기 막 어지러우면서 토할 것 같고 소변대변 동시에 누면서 기절할 것 같은 아찔하고 절박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정말 실신이라도 하게 되면 쪽팔려서 남편 얼굴을 못 볼 것 같았다.
이를 악물고 얼굴에 찬물을 끼얹으며 버텼다.
나는 그래서, 아마도 내가 정신병이 오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전문상담을 받아보고 싶어서 전화를 건 적도 있었다. 현대사회에 다들 마음이 아픈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건지 ㅡ 현장접수는 안되고, 예약을 하면 한 달 뒤에 오라고 날짜를 잡아주셨다. 가서 상담을 받고 싶었다. 그러다 겁이 덜컥 났다.
나 진짜 정신병이라고 확진받으면 어떡하지? 남편이랑 헤어져야 하나?
미친 여자랑 살 수는 없을 테니 놓아줘야겠지?
끝내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넘어 들어가지 못했다.
설마 자궁내막증이랑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이 알 수 없는 일들이 상관이 있을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급브레이크와 풀악셀을 동시에 밟는 일이 생기니, 몸이 쇼트가 나고 급발진하듯이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쓰다 보니 또 불쌍하고 짠허다, 나.
#미주신경성실신
#골반신경학
#심부자궁내막증
#나는 좋아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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