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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Oct 26. 2023

나는 삶을 사랑하는데, 자꾸 그만 살고 싶었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생리기간만 되면 매달 그 생각이 들었다

통증으로 끝나지 않는 증상이야기



생리를 하던 시절에 나는 매달 PMS(월경 전 증후군)에 시달렸다.

걷잡을 수 없이 기분이 울적하기도 하고, 그렇게 한없이 누워있다 일순간 갑자기 식욕이 폭발하면 무엇에 홀린 듯이 떡볶이를 커다란 전골냄비에 고추장과 케첩을 왕창 넣어 만들어서 먹었다.

그러다 첫 아이 낳고 충격적인 말을 듣고 나서는 떡볶이를 뚝 끊었다. 그 후로는 빵이나 케이크로 옮겨갔었다. 정신을 차려보면 런던바게뜨에서 빵을 6~7만 원어치씩, 홀케이크를 한판씩 사 와서 밥숟가락으로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쪼이듯이 아픈 경련성 진통이 심할 땐 이거, 무지근하게 밑이 빠질 것 같을 땐 이거, 기운이 없고 토할 것 같을 땐 이거 - 주증상에 따라 진통제를 다르게 골라서 먹는 진통제 분석가가 되었다.

그렇지만 진통제로 조절이 잘 되지 않았고, 나는 매달 '이렇게 살아서 무엇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자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데 4주마다 죽고 싶었다.

신앙의 힘으로 극복되지 않았다. 나는 아무래도 믿음이 약한가 보다.




자궁내막증 수술을 하고 나서, 비잔이라는 호르몬제를 장기복용하게 되면서, 이따금씩 부 정기적 출혈은 있었지만 생리가 멈췄고_ 매 달 찾아와 나를 열흘씩 괴롭히던 PMS라는 악마에게서 그렇게 해방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작년 무렵이던가. 갑자기 깊은 물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주변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온한데 나 혼자 숨을 헐떡이며 숨을 들이쉬려고 애를 쓰는 일이 불시에 일어났다. 지속 시간은 길지 않았다. 5분~길어야 10분 남짓?

그 짧은 시간에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이런 일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발생했다.


나는 주로 집에 있으니까 밖에서 그런 일을 겪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운 좋게 넘어갔지만 다음번엔 혹시라도 사람들이 보는데서 이러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전력질주로 달리기를 한 것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찬물을 마시고 깊이 심호흡을 해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누워도 심장이 쿵쾅거려서 가슴이 위아래로 벌렁대는 것 같았다. 혈압이 막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 또한 10분~15분 남짓. 지나가고 나면 거짓말같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떤 날은 갑자기 막 어지러우면서 토할 것 같고 소변대변 동시에 누면서 기절할 것 같은 아찔하고 절박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정말 실신이라도 하게 되면 쪽팔려서 남편 얼굴을 못 볼 것 같았다.


정신 차려!!

이를 악물고 얼굴에 찬물을 끼얹으며 버텼다.






나는 그래서, 아마도 내가 정신병이 오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전문상담을 받아보고 싶어서 전화를 건 적도 었다. 현대사회에 다들 마음이 아픈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건지  현장접수는 안되고, 예약을 하면 한 달 뒤에 오라고 날짜를 잡아주셨다. 가서 상담을 받고 싶었다. 그러다 겁이 덜컥 났다.

나 진짜 정신병이라고 확진받으면 어떡하지? 남편이랑 헤어져야 하나?

미친 여자랑 살 수는 없을 테니 놓아줘야겠지?

끝내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넘어 들어가지 못했다.


설마 자궁내막증이랑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이 알 수 없는 일들이 상관이 있을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급브레이크와 풀악셀을 동시에 밟는 일이 생기니, 몸이 쇼트가 나고 급발진하듯이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쓰다 보니 또 불쌍하고 짠허다, 나.





#미주신경성실신

#골반신경학

#심부자궁내막증


#나는 좋아질거야

#것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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