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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 Dec 23. 2018

감사인사

우리집은 삼남매다 형제자매가 많은 집에서 유년기를 보낸다는건 식탐이 어마어마해진다는 뜻을 내포한다 우린 항상 먹는걸로 싸웠다 엄마가 밥을 안줘서가 아니라 쟤가 나보다 많이 먹는게 그렇게 억울했다 베스킨 라빈스 한통을 사올때면 남기면 누가 먹을까봐 늘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곤 했다 그러던 애들이 이젠 다 자라서 각자 먹을 베라 한통쯤은 사와서 다 먹지도 않고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거기에 있다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여유로워 졌다 막내동생까지 일을 하고 있으니 먹을껄로 싸워대는 시기는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막내랑은 동업자 비슷한 사이가 됐다 츄러스 한입 더 먹었다고 째려보던 시기는 물론 일년전만해도 내가 곽쥰과 동업을 그것도 술집을 그것도 이태원에서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게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냐면 우리의 술집인 캐논볼을 구상할때만 해도 남편과 나는 생활비가 없어서 어떤 적금을 깨야할지 고민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때는 캐논볼이 힘든 현실을 지탱하기 위한 정말 꿈같은 상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상상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어쩌다보니' 부분을 몇번 사람들에게 설명해줘 봤지만 왠지 사실이 아니고 끼워맞춘 얘기처럼 느껴졌다 정말 뭔가 딱딱 맞아서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던 거다

그런 어쩌다보니가 늘어날수록 사실 고마운 마음이 커진다 아직 대단한 성공을 한것도 아니고 연말시상식처럼 누구에게 고마워할만한 자격도 없는것 같지만 그럼에도 주변 친구들에게 너무너무 고맙다 정말 구석진 자리에 우리 맘대로 해놓은 공간을 좋아해주고 찾아와주고 돈도 써주어서 정말 고맙다 내 친구들 중에 재벌가는 없으니 다들 자기가 (피까진 아니고) 땀정도는 흘려서 번 돈인데 그걸 우리 가게에 써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들의 응원덕에 힘들때에도 자꾸 용기를 내게 된다.

물론 찾아와주는 낯선 사람들도 너무 고맙고 신기하다. 다들 어떻게 알고 오시는건지. 처음에는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알고 왔는지 꼭 물어봤다. 검색어 이름까지 물어보고 나서야 아 그렇구나 납득했다. 아직 갈길도 멀고 이제 100일된 가게지만 우리가 남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뿌듯하다. 그리고 동시에 무섭기도 하다. 밑천이 드러날까봐. 근데 사실 밑천이 어디까지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가보려고 한다.

'일단 해보자' 는 캐논볼 정신이기도 한데 일단해보고 안되면 바꾸는걸 계속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바보같은 방향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걸 발전하는 방식으로 보고 있다. 2019년에도 일단 해보자 정신으로 밀고 나갈 예정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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