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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 Dec 27. 2018

한강뷰

매일 아침마다 한강의 다리를 건넌다. 출근을 위해서다. 회사를 옮기면서 그전에는 잠수교의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출근했는데 이번에는 강변에서 잠실을 건너는 구간의 멋진 한강뷰를 감상하며 출근 한다. 퇴근길의 야경은 또 어떻고. 서울의 야경은 어느 도시 못지 않게 예쁘다. 높은층의 아파트들 부터 보광동 달 동네의 오밀조밀한 불빛까지. 강변북로를 달리는 자동차들과 저 멀리로 보이는 한강대교의 조명이 너무나 근사하다. 한강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매일 아침 한강의 여러빛을 보며 출근하는 일은 행운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실 한강의 다리들을 건너며 출퇴근 하는 일은 고단한 삶의 상징이다. 매일 두시간씩 사람들 사이에 낑겨 이동하는 일상을 고단함 이외의 단어로 묘사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내가 감상하는 풍경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들릴것이고 어쩌면 잊은지 오래된 일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 아침마다 바깥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노력한다. 피곤한 출근길에 바깥을 바라보는 일은 왠지 모를 작은 위안을 준다. 일상을 여행처럼! 같은 한가한 소리일 수도 있고 별거 아닌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하루종일 보는 광경들 중에 유일하게 아름다운 광경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 어딘가엔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쌓여 사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나같이 평범하게 출퇴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어찌됐든 중요한건 나에겐 아름다움에 노력을 기울일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너무너무 피곤한 날은 고개를 들어 바깥을 잠깐동안 바라볼 힘도 나지 않는다. 눈 앞의 풍경이 어떤 즐거움도 환기시키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나에게 어떤 여력도 남아있지 않아서다. 앞으로 수많은 날들을 강을 건너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할테지만 몇초라도 고개를 들어 바깥을 바라볼 힘이 나에게 남아있기를 기대해 본다. 내가 다 소진되지 않기를, 나에게 아름다움을 즐길 여유가 있기를, 그런 행운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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