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스모 Oct 10. 2017

인도에서 일하기

뉴델리

3번째 인도 방문.

늘 그렇듯 델리다. 델리 이외의 도시에 방문할 이유가 없긴 하니까. 인도는 올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처음 델리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신비의 나라 인도. 그게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다. 그땐 일주일 뿐이었고 타지마할 가고 놀았던 기억밖에 안난다.

두번째 인도는 고난의 시기였다. 두달 넘게 체류하기도 했고 델리가 일년중 날씨가 가장 안좋을 때기도 했다. 델리의 겨울은 꽤 춥다. 절대적 기온이 낮다기 보다는 집에 난방시설이 전혀 없고 따뜻한 물이 안 나오는 경우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겨울은 건조하지만 인도의 겨울은 습하다. 습한 겨울이 얼마나 힘든지, 뼛속까지 시리다는게 어떤 느낌인지는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게다가 한국 봄의 황사처럼 인도 겨울엔 공기오염이 심각해 지는 시기다. 물과 공기 어느것 하나 깨끗하지도 쾌적하지도 않은 곳에 있다보면 심신이 지치게 된다.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들이 오염된다는게 얼마나 큰 위협인지 이때 느끼게 됐다.

그리고 지금이 세번째. 처음과 두번째 인도행에서 나는 인도가 얼마나 가난하고 불행한 나라인지에 대해서만 집중했던것 같다. 그떄의 나에겐 인도의 계급화된 사회와 노동자들이 당하는 부당한 처우만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고달픈 삶에 연민을 느꼈고 이 나라의 답이 없는 상황을 슬퍼했다. 그땐 길거리의 거지나 노숙인이 정말 많이 보였고 가난한 사람들이 쓸쓸해 보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세번째 인도행에서는 인도의 어두운 면보다 밝은면에 더 신경이 쓰이게 됐다.

아마 그당시의 나는 꽤 힘들었던것 같다. 그래서 좀 더 가난과 불행에 마음을 썼던것 아닐까. 물론 몇개월 사이에 인도의 경제상황이나 사람들의 인식이 나아진 건 전혀 없다. 이들은 여전히 더러운 거리에서 살고 매너도 정말 똥이다. 하지만 이런 인도인들을 가엾게 여기는건 어쩌면 오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데 인도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나은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들을 불쌍히 여긴다는게 좀 우습게 느껴졌달까. 가난과 양극화는 어느나라에나 있고 그건 세계인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딱히 인도가 훨씬 더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든다. 그냥 나라 전체가 가난하기 때문에 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좀 더 힘들어 보인다 뿐이다. 오히려 이런 덜 개발된 부분, 아직 불편한게 많은 부분 때문에 가능성이 더 많이 보인다. 인도는 훨씬 좋은 여건으로 나아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개선될 여지도 많이 보이고. 내가 이곳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고 그걸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아주 좋겠지. 그게 나와 우리의 팀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곳은 기회의 땅이다. 물론 인구가 13억이나 되기 때문에 그 기회를 노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다. 인도는 한국의 7, 80년대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우린 치트키를 쓰고 있는거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대충의 흐름을 알고 있으니까. 문제는 대강의 흐름밖에 모른다는건데. 이걸 어떻게 헤쳐나갈 지는 우리 회사의 역량에 달린거겠지. 아무튼 이번 인도행에서 난 인도에 희망을 보게 되었다. 인도에 배팅하길 잘했다. 아주 잘 했어.

작가의 이전글 델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