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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 Oct 18. 2017

인생의 하이라이트

사진첩

기쁜날엔 사진을 찍고 슬픈날엔 뭔가를 쓴다. 사진이나 글이나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되는 건데 왜 그 순간이 이렇게나 다른걸까.

내 핸드폰 속 갤러리를 보고 있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는 느낌. 가끔은 나중에 볼려고 일부러 찍기도 한다. 인생의 하이라이트 사이에 별거아닌 일상이 껴있으면 다른 사진들 덕에 시덥잖은 식빵 사진 같은것도 좋아보이거든. 이런걸 지칭하는 심리학 용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무슨 효과 같은 단어.

오래전 사진들을 다시 봤다. 그냥 시간이 남길래 구글포토에 올려둔 사진들을 훑어봤다. 2006년 부터 있더라. 내가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 해. 보호자 없이 내 스스로 결정하는 여행을 처음 했던 해다. 당연히도 감상에 젖어 빠르게 훑지는 못했다. 그 사진속에 있는 나는 너무너무너무 촌스러워서 거의 똑바로 쳐다보고 있기도 힘든 지경이었는데도 귀여웠다. 내가 저렇게 앳된 표정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당시엔 스마트폰도 없었으니 2006년부터 7년정도는 디카로 찍은 사진, 매년 떠났던 여행사진 뿐이다. 마치 내 인생의 황금기가 그때였던 것으로 착각 할 법한 사진들이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그때 나 나름의 심각한 고민과 좌절이 있었다. 딱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아련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 도리가 없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나서는 사진의 양이 급격히 늘어났다. 10년뒤에 수만 수백장의 사진을 보면서도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찍어 놔야지. 저축하는 마음으로 나중의 즐거움을 위해 지금의 하루하루를 기록해 놓고 싶다.


2006년 태국 완벽한 적란운. 이런 완벽한 구름은 다시 못 봤다
2006년 태국. 알록달록한 스님들
ㅋㅋㅋ 2006년 앙코르와트 웃겨서 찍었고 지금봐도 웃기다. 나 변한게 있긴 한가.
2006년 앙코르와트에서 나. 아우 촌스러워. 옷도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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