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애플 - 2월
새사람을 만나기까지는
매번 이틀 정도가 모자란데
눈치도 없게 자꾸 보채기만 해
나는 아무것도 줄 게 없는데
사실 처음에 이 곳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백일이면 백개의 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더랬다. 하루에 두어 개의 글도 쉬이 썼으니까 하루에 있었던 일을 남기는 것은 훨씬 쉬울 것이라고 여겼는데, 이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란 말이다. 처음 일기를 빼먹었을 때는 아마 여행지에서 매우 아팠던 여름날이었지. 백개의 이야기를 쓸 때까지 백삼십여 일이 걸렸으니, 이후에 꽤나 많이도 빼먹었나 보다. 이 즈음에선 왜 빼먹었는지 이유도 기억나지 않은 채, 쓰이지 않았을 뿐인데 지워진 하루가 되었다. 일기가 이렇게 소중한 법이다.
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니, 처음에는 무언가 죄책감? 비슷한 기분도 들었더랬다. 이렇게 길지도 않은 글도 하루에 꼬박 못 쓰는데 무엇은 또 꾸준히 할 수 있겠어라며 자책을 했더랬다. 아무도 그에 대해서 무어라 하지 않고,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이야기인데, 혼자서 기다리고 그리워한 탓이겠다.
이러한 감정도 지나고 나니, 글을 쓰지 않는 내 하루가 오히려 소중하게 느껴지는 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꼭 무언가를 남길 정도로 특별한 삶을 살아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어떤 때는 어디에도 꺼내지 않고 혼자 속으로 곱씹는 맛이 있는 하루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 맛이 비록 이 곳에 남기는 글보다도 더 씁쓸한 맛이더라도. 그 마저도 소중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러한 이야기도 생기게 된 것이다. 글 쓰는 것을 쉬었고, 쉬었더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와 같은. 글을 써야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이 우습게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니 조금은 스스로 덜 보채도 괜찮겠다 싶었다. 비록, 언젠가 기록했던 이야기들을 뒤적거렸을 때, 숭숭 빈칸을 차지한 하루가 어떤 하루였을지는 아마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은 못내 아쉽지만. 아무것도 아닐 하루가 모여 또 하루를 만들 테다. 이 하루도, 그 하루도 모두 특별하고 소중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