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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Dec 13. 2019

아니야, 난 사실 까칠한 게 아냐.

♪백예린 - rest

아마, 나도 직장에서
잘 어울리고 싶나 봐
근데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네
집에 가는 길, 맥주나 몇 병 사가야겠어 


♪백예린 - rest


일을 하다 어떤 것을 알려줄 때 친절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 마음은 그런데, 설명을 하고 있자 보면 점점 차가워지거나, 점점 뜨거워져서 이내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선배나, 상사가 된다. 처음에는 이런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던 때가 있지만 지금은 뭐, 그러려거니 한다. 무례하지만 않으면 된 거겠지 뭐.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대신 일터에서의 친분을 하나씩 잃는다. 







" 뭔가 친하지 않은 사람들한텐 좀 까칠한 느낌? "

" 아냐, 막 대하는 건 아닌데. " 


예의 회의를 빙자한 잔소리를 마치고 함께 자리했던 후배와 식사를 하면서, 어느 팀의 누구는 이렇게 친하다더라, 누구는 저렇다더라 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럽다고, 나도 그러고 싶은데 참 쉽지 않더라. 커피를 사러 가며 변명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막 대하는 게 아니라, 친하지 않으니까 거리를 두는 거다. 아니지, 낯을 가리는 것뿐인데 내가 무얼 표현하는 걸 잘 못하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악감정은 없다. 뭐 이런 이야기였다.  


그렇게 나는 일로 잔소리를 했고, 관계로 잔소리를 들었다. 친해지는 것, 별거 아니라고. 그냥 사회생활 뭐 있냐며, 몇 번 밥 같이 먹었고, 술 한두 번 마신 사이면 친한 사이라고. 무얼 그리 어렵게 생각하냐며. 알았다고 답하고, 다시 이어진 회의에서 일로 복수했다(?) 그런 생각으로 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뭐, 모습이 좀 그랬네. 결국 입담이 터지는 건 대체로 카페 같은 곳이 아닌, 회의실이다. 






다시 한번 적자면,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대신 일터에서의 친분을 하나씩 잃는다. 어쩌면, 잃은 것이 아니라 얻은 적이 없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차갑거나 뜨겁거나.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렇게 대했던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살갑게 인사를 나누거나 갑작스러운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퍽 어렵다. 해도 괜찮을까? 하다 보면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그렇게 간다. 


그뿐이다. 난 사실, 까칠한 사람은 아닌데. 그저, 대화가 좀 어색하고, 당신이 어색할 뿐이다. 누구도 밉지 않아. 당신은 날 조금 - 혹은 많이 - 미워할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러려거니 한 한주가 또, 이렇게 흐른다. 술이 한 잔 하고픈데, 혼술을 끊은 지 좀 되어 입맛만 다시게 되는 밤이다.


I wanna be somewhere like, really fluffy couch
난 엄청 푹신한 소파 같은 곳에 있고 싶어

no need any words 
말이 필요하지 않고 

no complain, no watching
불평하거나 누가 지켜보는 것 없이

♪백예린 - rest 中 

 

그래도 그래, 다행이지. 

돌아가 몸을 뉘일 곳이 있는 삶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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