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d Dec 15. 2019

나를 가장 이해해주는 사람은

♪백예린 - Popo

그들의 불친절함에서 벗어나요
이번에는 우리 같이 떠나요
걱정하거나 숨기지 않아도 돼요
난 진심으로 당신을 이해하거든요


♪백예린 - Popo


"왜 너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를 해."

"있는 대로 이야기 한 건데."


저 대화만 잘라서, 나는 자존감이 낮은가?라고 생각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가끔씩은 자존감이 낮다는 피드백을 받게 되어 이해가 되는 동시에 조금 아리송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씩은, 내가 이야기했던 -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는 보통 안 좋은 일이다. - 것이 현실로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을 때는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한다. 봐봐, 맞지? 라면서.






나는 못생긴 편에 속한다. 당연히 키는 평균 이하고, 정말이지 살은 너무 많이 쪘지 뭐야. 나이가 차고, 주변 지인들이 배우자와, 혹은 자신들의 집단과 시간을 보낼 때 난 보통은 혼자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시간을 보낸다. 드라마는 잘 안 보는 편이다. 현실과 괴리감이 이질적이라 극사실 적인 다큐멘터리나 아예 비현실적인 SF 판타지를 좋아한다. 이렇게 외양도, 내면도 못나기 그지없지만, 나도 나를 좋아하진 않지만, 적어도 비관하진 않는다. 못생겼다, 작다, 뚱뚱하다, 혼자다. 이런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 그런 그들도 이해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볼뿐이다.





  

누군가는 너는 이런 사람이야. 넌 이만큼이나 이루었잖아. 넌 이렇게 하는 녀석이잖아. 라면서 나를 재단할 때마다, 감사하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서 얼마큼 알까. 나를 그만큼 관심 있게 쳐다봐 준 건 맞을까. 언젠가는 참지 못해, "아니오. 당신은 저에게 대해서 그만큼 알지 못하세요."라고 웃으며 답했더랬다.


심지어는, 상담을 받으러 갔던 그 어딘가에서도 사람을 만나라던가, 활동적인 무언가를 하라던가, 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은 만들거나 살 수가 있는 것이 아닌데, 왜 내가 싫어하는 것을 굳이 해서까지 나를 바꿔야 하냐며 그곳을 뛰쳐나왔다.  어떤 모습이라도, 상황이라도 나는 나다. 그것을 인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고, 그런 곳에 안 가도 괜찮게 되었다. 그렇다고 괜찮다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아침엔, 오랜만에 너무 내가 싫고 싫어져 창문도 꽁꽁 닫고 잘 잤는데도 온몸에 열이 나서 계획했던 시간보다 너 다섯 시 간이나 늦게 움직였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다시금 나를 위로하며, 등이나 한 번 툭 쳐줬던 - 그러니까 기분상 말이다 - 정도지만. 다시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같이 실수를 하죠. 저랑 제 친구 '빌리'가 말이죠. 그녀는 제 꼬봉이죠. 그녀는 언제나 실수를 저질러요. 그래도 제가 그녀를 항상 도와주죠. 그렇게 함께하죠. 우리는 팀이니까요. 그래도 전 그녀가 너어무 싫어요. 윽.  

-billie eilish, <genius interview> 中




가장 힘들 때, 가장 많이 보았던, 보고 있는 영상이다. 오늘도 조금 오랜만에 꺼내 보았다. 문제는 나에게 있고, 이유는 없으니 그러니 괜찮다. 사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게 적어도 나에게는 솔직해지는 중이다. 나는 이런 걸 어쩌겠어 녀석아. 그래도 난 널 이해해. 괜찮진 않겠지만, 그걸로 된 것으로 하자고.     

작가의 이전글 아니야, 난 사실 까칠한 게 아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