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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Dec 17. 2019

자꾸 욕심부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백예린 - Mr.gloomy

난 그저 구름 낀 날 같은 사람이에요
난 그저 당신 얼굴에 떨어진
빗방울이고 싶어요
난 당신의 기억에서 잊히기 싫어요


♪백예린 - Mr.gloomy


뜬금없지만,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채롭다는 것을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오늘 눈을 뜨고, 한 앨범의 트랙리스트 순서를 감실거리는 눈으로 훑어보니 마침 날씨와 참 어울리는 곡. 무채색의 비 오는 하늘이 참으로 반가운 아침이었다.






누군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를 묻는다면 지체 없이 영국이라고 답하는데,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도 있지만 뭐랄까, 영상에서 표현하는 영국의 전경은 대체로 한 톤 정도 가라앉은 느낌으로 묘사되어있고, 그 느낌이 너무나도 보고 싶은 거라. ( 물론, 예외도 있다. 프리미어리그 같은 축구 경기는 다른 나라보다 두 톤 정도 높은 채도 같은 느낌이지. )


막상 먹을거리가 빈약하다는 소리에 (미)식욕이 강한 나로서는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비행기표의 예약 버튼에서 손을 떼지만 여전히 죽기 전 한 번 즈음은 가보고 싶은 나라다. 정말 좋아하는 하늘을 가진 나라.






오늘의 하늘과 날씨는 그런 나에게 있어선 최고였다. 겨울임에도 늦가을 같은 온도로 한 겹 정도는 얇게 옷을 입을 수 있어 좋다. 밖에서 스마트폰을 보아도 빛 때문에 안 보일 일도 없이, 흐릿한 분위기의 거리. 요즘엔 연말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듯, 잊었던-그립던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고, 그렇게 조금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좋은 날씨.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라, 그런 일이 최근 몇 번이나 이어져서 - 일주일 새 무려 네 번이다 네 번 우와. - 조금 우쭐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 사소한 장점이 있다면, 평점심을 유지하는 것을 잘한다는 것이겠다. 속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겉으로 티를 잘 안 낼 자신이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구도 만나고 누구에겐 먼저 연락도 해보고 그럴까 하면서 잠깐 주소록이나 카톡의 프로필들을 쳐다봤더랬다. 아침에 눈을 떠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대략 이런 식의 답장을 보냈던 것 같다.


아 그때 시간 되면 꼭 참석할게요! 던가. 연락 주셔서 감사해요! 연말 잘 보내세요! 미리 인사드립니다! 던가. 저런 답신을 보내고 오늘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방학을 하는 기념으로 바로 내일 호캉스를 위한 호텔을 예약했다. 당연하지만 1명이다. 비로소 날씨와 어울리는 기분이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들뜨지 못하게 된 때는. 아직은, 들뜨기에는 이른 기분이고, 마침 너무나도 흐린 날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칫하면 덩실거릴 뻔했어. 걸어놓은 노래의 주제와 어긋나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이 노래와 닮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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