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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Dec 18. 2019

언젠가는 희미해질 기억이라도

♪디어클라우드 - 네 곁에 있어

네가 아파하지 않길 기도해
단지 네가 행복하기를 바래



♪디어클라우드 - 네 곁에 있어



작년 오늘 일기의 말미에는 이런 글을 적었다. 아마 그 날의 내 세상은 꽤나 가벼운 마음의 주위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던 날이었던 것 같다. "당신도 차라리 이렇게 가볍게 살지 왜 홀로 가벼워졌을까." 

이 문장을 쓰기 며칠 전 어느 샵 한쪽 벽에 아주 크게 전시된, 남은 사람들이 웃고 있는 사진 속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냥 내 기분 탓이길 바랐다. 






새벽 불을 끄고 누운 침대에서 문득 생각이 나 스마트폰을 켜니, 실검에 올라가 있는 이름을 발견하였다. 잊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많은 사람이 아직 잊지 않았다는 기쁨과, 이런 것을 원할까 하는 묻지 못할 기분이 섞여서 누운 채로 한동안 한 곡을 골라 반복해서 들었다. 


오늘은 세상도 별반 다를 것 없이 가벼운 마음의 누군가 때문에 아침부터 마음이 조금 무거운 하루였다. 작년과 다른 점이 몇 가지가 있다면 그 무거움의 정도가 그저 그랬다는 걸 테고, 조금 덜 먹먹했다는 사실이다. 그냥, 그런 세상이구나 하면서 웃지는 못하지만 넘길 수는 있게 되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이런 오늘 같은 무거운 마음도 웃어넘길 정도로 더 어른이 될 테고, 이러한 기억도 언젠가는 희석이 되어서 그래 그랬었지. 하는 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잠이 들 즈음에 떠오르며 끊겼었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괜스레 미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떠올리며 그리워할 거라면 잘 지내는 모습 보여줘야 하는데.    


부디 어둠 속에 혼자일 하지 마
너를 괴롭히지 마 널 괴롭히지 마
제발



차마 가사 뒤의 이 문장을 붙이고, 보내지 못했던 건 그런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 때문일 테다. 뭐든, 어딘지 모를 그곳은 한 없이 가볍기를 바란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이 마음은 언젠가 희미해지겠지만 그만큼 선명하게, 그렇게 나도 정말이지 아파하지 않고, 기억할 수 있기를.  자주는 아니겠지만, 내년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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