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d Dec 20. 2019

기쁜 날은 어찌 해야할지 모르겠어

♪백예린 - lovelovelove

당신이 언제나 노력하는 거 알아요
언제나 어디서나 내 가까이에 있죠
우린 항상 깊게 사랑하는 걸 알아요
오랜 시간 지켜왔고
더 남을 수 있도록 해봐요




팀이라는 것을 꾸리고 일을 한지는 6년차 정도 된것 같다. 적게는 세 명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누가 물어보면 정확하게 몇 명! 이라고 말하기 미묘할 때도 가끔 - 아주 가끔 - 있는 팀을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세웠던 원칙 한 가지가 있다.

< ㅇㅇ하면 된다. >






가끔 후임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는다. 이 사람은 가르쳐도 늘지 않는다. 이 사람은 도저히 변할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하냐. 처음에는 나도 그런 이야기에 그 비난의 대상이 된 팀원을 단편적으로 밀쳐내고, 애써 피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어렸던 탓이겠고, 천성적으로 사람들 자체가 불편하여, 더 불편할 일을 만들기 싫은 탓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내 울타리에 포함시키며 깨달은 건, 시도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늘고, 언젠가는 바뀐다는 어쩌면 무식하지만, 단순한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믿었고, 지금도 믿는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녹록하진 않은지, 아니면 내가 흔하게들 이야기하는 '젊은 꼰대'인건지, 어쩌면 정말로 꼰대일지도 모르겠지만 쉬이 변하지 않는 무언가들을 보면서 슬퍼질 때가 있다. 아니면,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틀렸다는 듯한 요지부동의 무언가들을 보면 가끔은 화가 날 때도 있어, 얼마 전에도 최대한 정중하게 (라고 생각은 한다. 어쩌면 이 역시도 꼰대같은 발상이겠지만.) 장문의 이야기를 그 00명의 누군가들의 메신저에 올렸다.






위의 비슷한 이유로 팀원들을 혼내고, 또 떠나는 직원을 환송하기 위한 점심을 먹어도 괜찮겠냐며, 이 상반된 상황과 마음이 참 불편하다는 팀장에게 어쩔 수 없다며 다독였다. 그런 세상이니까. 그저 체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팀원들을 혼낼 때는 적당히, 그리고 정중하게 이야기하시라 위로했다. 점심을 대충 먹고 조금 일찍 자리에 앉아 생각해보니, 내가 지나온 시간동안 내 마음과 달리 매년 이런 식으로 흘러왔던 것 같고, 그럼에도 내 의지 때문이든, 그저 운이든 이만한 크기의 조직이 되었다는 사실에 웃픈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커온 과정 속에서 그 어느 누가 만족하고, 행복했을까. 한 사람이라도 그랬으면 하는데, 그게 내가 아닐지라도. 그럼 조금 뿌듯할테야.






오늘은 회사의 송년회가 있던 날이다. 매년 생각보다 뻑적지근한 외형의 송년회를 하고 있는데, 다들 기뻐했음 좋겠다. 분명 기쁜 날인데, 그만한 공간을 채울만큼 커진 조직이나 회사가 조금은 웃픈 하루다. 기뻐해도 괜찮게 올해도 잘 꾸려왔나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기고, 보통은 후회로 마무리된다. 내년엔 더 잘해봐야지 하면서도, 이 기분이 싫어서 송년회는 그다지 반기는 날이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후회가 남게 지냈음에도 이렇게 남아있는, 공간을 장소로 바꾸고 채워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쁘고, 죄송한 일인가 싶기도하다. 내년에도 그래, ㅇㅇ하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며 넘긴 한 해다. 정말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작가의 이전글 언젠가는 희미해질 기억이라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