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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an 06. 2020

책을 쓰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백예린- Amy

정말 힘든 하루였어요
당신이 우울해져도 괜찮다고 얘기해줄 때
난 나의 친구들에게 정말
사랑한다고 말해줄 거예요



♪백예린- Amy ( 뚜렷한 뮤즈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 삶의 위로가 있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참 부럽네. )


아르바이트 같은 것을 제외하고 스스로가 느끼기에 '일을 해서 번 돈'의 처음은 스무 살 무렵 즈음 조그마한 잡지에 올라갈 글을 쓰는 일이었다. 인터넷에 취미 삼아 끄적이던 잡설을 봐주던 분을 통해 소개받은 일이었고, 당시에 3만 원 즈음하는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시급 이삼천 원이 흔하던 시절이었던지라, 취미 생활처럼 쓰는 글로 이만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울만한 우연이자 발견이었고 지금에서야 직접 쓴 글로 돈을 벌진 않지만 그 '글'에서 시작해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으니 취미든, 무엇이든 나에게 있어 '글 짓'은 여러 가지로 소중한 것이다.






예전에 쓴 글이나 최근에 쓴 글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말투도 많이 바뀌었고, 확실히 생계가 걸려있는 일이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쓰지 않았던 시기가 길어 퇴화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읽히지 않는 문장과 비문이 가득하다. 가끔은 일부러 그렇게 쓸 때도 있지만 억지로 꾸며 쓰는, 것보단 지어 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얼마 전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갔었을 때, 예전에는 곧잘 부르던 곡을 부르기 버거울 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글을 자주 쓰지 않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음악으로 그러한 갈증들을 해소했다. 지금도 한 앨범을 매일같이 돌려 들으면서 곡 하나하나에서 하루의 기분을 찾아내듯, 많은 노래 가사 속에서 공감하거나, 때때로는 위로받기도 한다. 2019년에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을 나열해보니 가라앉는 기분의 곡이 많은 것을 보면 작년이 어떠했는지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하지만, 역시 타인의 이야기에서 나의 삶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도 하고, 그런 미묘하게 어긋난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 그래서 책을 쓰고 싶어 했다. 물론, 가사를 조각조각 내어 내 하루에 끼어 맞추는 것도 하나의 취미가 된 지 오래지만, 온전하게, 내 본연의 외로움과 슬픔을 꺼내어 스스로 읽어보고 싶었다. 한 권도 팔리지 않을 책- 아니 애초에 팔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이어도 상관은 없었다. 그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곱씹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거울' 같은 것을 만드는 기분으로 소망했다. 






그래서, 어딘가로 떠나 더 온전히 외톨이가 되고 싶었고, 완벽한 타인의 기분으로 쓰고 싶었던 책이었을 텐데, 이 일기 직전에도 썼지만 점점 밝은 기분의 책이 쓰고 싶어 짐은 스스로도 신기한 기분이다. 세상도, 삶도 변한 것은 없는데도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세상의 끝에서 다시 시작한다.' 던가, 'End 가 아닌 And' 라던가 따위의 이야기를 한 것처럼, 어쩌면 꽤 밑바닥까지 내려온 것 같다.    






책을 쓴다는 것은 보통 개인의 삶 전체가 녹아있는 어떠한 것, 그것이 전공 서적이어도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아마 처음엔 그런 거울 같은 책이 쓰고 싶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 쓰게 될 첫 책은 '판타지' 영역에 비치되면 어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혼자서 쓸데없이, 소리 없이 웃었다. 스스로를 가장 잘 아니까, 나를 가장 위로하고 기분 좋게 해 줄 그런 책.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아무도 안 읽어주더라도 나 혼자서 몇 번이고 읽을. 


그런 삶을 살고, 그런 삶을 보고 싶다.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이 오랜만인 기분이라 그것 마저도 신기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것도 즐길 거리라니, 어쩌면 운이 좋은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육일 차의 기록 

좋은 날 +3

나쁜 날 -3


01.04 : 새 컴퓨터를 샀다. 

01.05 : -

01.06 : 좋은 기분의 업무 미팅들이었다.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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