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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an 13. 2020

아니 뭐, 새해여서는 아니고

♪백예린 - London

당신이 좋아할 만한
완벽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난 나 자신을 좋아해요
-
당신이 찾는 것이
지금 내게는 없어요
나 자신을 위해 떠나야 해요



♪백예린 - London


사실 2020년을 맞이하고 많이 머뭇머뭇했다. 다들 그렇겠지만 작심삼일이라고, 이러한 분위기에 무언가를 시작하면 실패할 것만 같아 계획했던 모든 것들을 미루었다. 그렇게 찬찬히(?) 이주 정도의 새로운 시간들을  그냥 지켜보듯이 보내고 슬슬 계획했던 것들을 차근차근해보았다.






새로운 블레이저를 구매했다.

개인적으로 정장이 얼마큼 싫냐면, 정장을 입는 회사에서는 일하기 싫을 만큼 싫다. 농담 같지만 정말 어릴 적 회사에 들어갈 준비를 하면서 정장을 입는 회사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필터링을 걸고 찾았으니, 얼마나 오만한지 모르겠다. 덕분에 지금 들어온 회사에서는 정장을 입을 일이 별로 없지만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오르며 공식적인 자리에 갈 때의 복장으로 종종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상한 반항심인지 적당히 넥타이 정도 매고 굳이 운동화를 신는 정도로 타협을 했었더랬다.


그러다, 문득 좀 더 바르게 차려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하게 될 쇼핑 중 월에 한 벌 씩은 꼭 포멀 하거나 단정한 옷을 사겠다는 생각을 가졌었고, 단정하다면 역시 블레이저라는 생각에 덜컥 구매를 했다. 여전히 어색하지만, 친해져 봐야지. 아, 내친김에 구두도 한 켤레 샀다. 이제 넥타이에 슈퍼스타는 신지 않아도 괜찮겠지.  






가꾸는 일을 시작했다.

삶이 각박하다는 핑계로 나를 가꾸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냐, 연애 같은 것도 관심 없으니 가꿀 필요 없다 말하고 다니는 것도 핑계다. 그저 귀찮은 거지. 물론 지금도 역시나 귀찮지만. 얼마큼 귀찮냐면 피부가 일반인 대비 하위 십 퍼센트 안에는 넉넉히 들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로션조차 안 바른다. 그래서 간단하게 로션을 바르는 것부터 시작해보았다. 병원도 두 곳 정도 예약해 두었다. 치료받는 동안은 더 못생겨지겠다 :(


지난주에는 미루고 미루던 제모를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손만 제모를 하긴 했지만, 일단 이 정도로 충분하지 싶다. 만족스러우면 몇 군데 더 할까도 싶다. 미용실에는 연간으로 두피케어를 끊어 두었다. 어차피 한 달에 한 번은 머리를 다듬으러 가니, 겸사겸사 관리를 받으면 좀 더 괜찮겠지 싶어서 ( 사실 싼 맛이라는 상술에 속아준 거지만 ).






식단을 조오금 바꿨다.

난 1일 5끼를 한다던가, 간식을 달고 사는 것 같이 먹성이 좋진 않지만, 맛있는 건 좋아한다. 3끼에 모두 고기나 회(?)가 들어가야 먹은 것 같은 기분이라 덕분에 몇 년째 건강검진에서는 과체중, 보기에는 그냥 비만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겠지만, 운동 역시 해본 경험이 없어서 헬스장 문 앞만 서성거렸더랬다.


피부과에 다녀와봐야 알겠지만, 병원 치료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면 운동도 할 예정이다. 일단 핑계를 덜 대기 위해서 우선은 항상 챙겨 먹던 아침 메뉴를 바꾸었다. 곡물가루나 과일 정도로. 역시 먹는 것이 삶의 낙 대부분을 차지하던 삶이라 점심과 저녁은 아직 포기를 못했지만 아침을 이겨내는 것으로 조금씩 적응해보는 중이다. 그래도 한 끼는 잘 먹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살을 뺀다기 보단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하는 거니까 부담 없이 해봐야지.






사실 위의 세 가지는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 들이다. 대신 계획했던 것 중엔 가장 막연한 것이 있었는데 '나부터 나아지기'였다. 사실 안 좋은 현실을 희석시킬 수 있는 계획들은 머릿속에 많이 떠올랐는데, 막상 나 스스로가 나아질 거란 계획은 하나도 없어서 구색 맞추기로 넣었던 그런 목표였다. 막상 해보려니 무어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더란 말이다. 나를 좋아하지 않은 것도 오래고, 굳이 남들에게 보기 좋을 일 해서 무엇하리.라는 비뚤어진 생각이었는데


막연한 목표치고는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목표였고, 그래도 욕심은 부리지 말자고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다고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겠냐며, 내가 나를 좋아하겠냐며. 아직 여전히 비뚤어졌지만, 하다 보면 바뀔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어 조금은 재미있던 며칠이었다. 얼마만인지, 목표 같은 것도 만들고 해 보니 조금은 살아있는 기분도 들고.     






* < 백예린 : every letter I sent you >의 모든 곡에서 가사를 떼어내 이야기들을 써 내려갔다.( 한 곡만 제외하고 모두 여기에 올려두었다.) 이렇게 올해는 계절마다 한 앨범을 그렇게 온전히 듣고, 쓰자는 계획 같은 것들이 본디 세웠던 계획이다. 연습 삼아한 것 치고도 게을렀지만 아슬아슬하게 '피지컬 앨범 발매일 전에는 다 써야지!'라고 혼자 마음속으로 정했던 마감일자에는 끝내서 홀가분하다. 이제 온전한 마음으로 택배로 올 앨범만 기다리면 된다.






2020년 십삼일 차의 기록

좋은 날 +8

나쁜 날 -5


01.10 : 단골집의 사장님이 여전히 날 기억하고 있었다.

01.11 : 손등에 제모를 받았다.

01.12 : 오랜만에 가족과 여행 계획을 세워보았다.

01.13 : 하루는 안 갔지만, 앨범이 올 거니까, 좋은 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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