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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an 16. 2020

어쩔 도리가 없을 때가 있다.

♪Kamikita Ken - To Be Me

뒤돌아보고, 받아들이고
조금이나마, 용서할 수 있을 때.
그때서야 '내'가 된다는 거겠지?
겨우 '내'가 된다는 거겠지.
그때까진, 그때까지는. 살아가자.



♪Kamikita Ken - To Be Me



게임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세이브와 로드를 반복하며 될 때까지 시도할 때가 있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게임이 뭐라고, 하다 보면 되겠지 하며 몇 번이고 한다. 하지만, 역시나 인생은 그런 편리한 버튼 따위는 없다 보니, 막연하고, 사방이 막히는 상황이 생기면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떻게 할 방법도 마뜩잖을 때가 많아 그냥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혀질' 때가 많다. 그런 걸 보면 사실, 칠전팔기는 도전보다는 용기에 가까운 한자성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답이 없는 상황에서의 용기는 위안이 될까, 독이 될까 모르겠다. 






조금 더 밝게 살아보겠다며 글로는 다짐하지만, 여전히 입에 담는 말은 차갑기 그지없고, 그만큼 세상도 비슷한 온도인 것 같다. 계절 탓으로 돌려야 하려나. 그렇지 않은 척해보려고는 하지만, 역시나 표정에 다 드러난다며 웃음거리가 되어보기도 한다. 그래도, 칠전팔기 따위의 이야기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게, 작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음에도 조오금은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랄지, 착각이 드는 것을 보면 노력이라는 것도 할 만한 거구나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의 정력은 유한하고 모두의 하루는 24시간이니, 언제까지고 노력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니까 노력하다 지쳐있는 나에게나, 타인에게나 '노력해라' '잘될 거야'라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사실 놀리는 것과 동일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로 되었다.'라고 말하는 것도 무언가 서운하지 않나. 위로가 될까 싶어 재작년이었나? 이런 문구를 담은 책을 구매하고 한 번 정도 읽다 내려놓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걸로 되었다고 내려놓기엔, 그럼 내 앞에 문제는 누가 해결해주나. 하며, 또 꾸역꾸역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런 날이었다. 

어떤 궁리를 해도, 어떤 말을 떠올려도 답이 없는 이런 날에는 그저, 응어리 진 무언가를 풀기 위해 뭐라도 하는 수밖에 없고, 이렇게 아무 이야기로 채우는 일기나 쓰는 거다. 생각해보니,  살아오며 이렇게 주저앉은 날은 참으로도 많았을 텐데 막히면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게임과는 다르게 2020년의 오늘까지 온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그저 오늘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이런 글을 끄적이는 게 다였는데. 세상은 흐른다는 표현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겠다. 이런 날은 그냥 살아있음에나, 글이라도 쓸 수 있음에나 감사해야 한다. 무얼 하려다간 물살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그런 날이다. 무려, 고작 꺼낸 말이 '잘될 거다.'라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을 정도였던, 그런 날이었다. 





2020년 십육일 차의 기록

좋은 날 +8

나쁜 날 -8


01.14 : 새벽까지 목이 아프게 할 이야기가 많았다.  

01.15 : 기다렸던 앨범이 안 온다-

01.16 :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슬픈 낮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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