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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an 09. 2020

칵테일을 즐기기 위한 두 가지 기본

♪백예린 - point

요점은 없어 그게 요점이야
그게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고
그게 내가 사랑하는 거야


♪백예린 - point


사람마다 처음 술을 마시는 계기는 여러가지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우연찮게 바에서 처음 술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맥주, 소주가 아니라 칵테일로 술 문화를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왁자지껄한 술자리보단 조용한 바에서 마시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고 지금도 나름의 취미 중 하나로 즐기고 있다. 그렇다고 깊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만큼 나름의 취향이 굳어 메뉴판을 안 보고 시키는 허세 따위는 부릴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다.






지난 달 긴자의 유명한 바에서 마셨던 김렛. 어제 방문했던 바에 게스트 바텐더로도 오셨던 히로 상의 작품.


보통 그 날 추천을 받는 고도주 한 잔과 이 후 마시고픈 칵테일 한 잔 정도를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데 두 번이상 같은 바를 찾는다면 꼭 마셔보는 한 잔이 '김렛' 이다. 한창 찾아 즐기던 시절, 가장 기본적인 칵테일 중 하나라고도 배웠고, 어제 방문했었던 바에서 바텐더도 쉐이킹을 하시며, 'simple is best' 라고 표현했던 그런 칵테일이다. 진과 라임쥬스만으로 만드는 데에도, 업장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신기함을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재미있는 칵테일이다. 그러니까, 그저 단순히 '섞는다' 가 아니기에, 그런 기본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 그 것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가 취미이지만, 좀처럼 함께 즐기기는 어려운 취미이기도 하다.






보통 좋은 바의 기준이라고 말하기엔 무엇하지만,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바에는 시트차지가 붙어 있고, 취하기에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어지간하게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쉽게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내기 부담스럽고, 결국엔 혼자 가서 미루던 작품을 보거나, 낙서같은 글을 끄적이다 돌아오는 편이었다. 그 역시도 좋아하는 것들이라 아쉬울 것은 없지만 보통은 바를 사이에 두고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 모습이 일반적인지라 북적이는 날에 방문하면 가끔은 멋쩍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어제는 그러했던 평소와는 다르게, 회사 동료들과, 아주아주 오랜만에 강남의 한 바를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조금 졸랐다. 신년인데 맛있는 술이 마시고프다고. 몇 년 전에 처음 생겼을 땐 스피크이지바('비밀의 공간' 같은 개념) 를 표방하던 바였는데, 입소문과 입소문에 평일임에도 반절 이상의 자리가 차 있었다. 세 명이 나란히 앉아 각자 취향에 맞춰 칵테일을 주문했다. 블랙러시안-갓파더-그리고 김렛.


사람들과 오랜만에 방문하는 것도 약간 머쓱했지만, 이렇게 각자 취향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올 수 있는 것도 참 신기했다. '너는 맥주, 나는 소주' 하면 아무래도 조화롭지 못한 기분이지만 ( 실제로 나는 맥주파라 그런 상황이 왕왕 있다. ) 바에서는, 각자 입맛에 맞는 술을 앞에 두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이야기를 나누면 되니까. 어색했던 기분도 금방 풀렸다. 그렇게 새벽이 되어서야 각자 흩어졌다.






평소와는 다른 여러가지가 한 자리에 겹친 덕에, 바에서 칵테일을 처음 마셨었을 때마냥 아무 생각 없이 온전하게 즐기는 기분이 들어 김렛을 안 시킬 수가 없었다. 메인 바텐더 분들이 자리를 비운 날이었지만 다행히 여전히 맛있는 김렛이었다. 비록 같이 같던 사람은 이름같이(송곳) 콕 쏘는 맛에 인상을 찡그렸던 그런 맛이었지만 이제사 바를 즐기는 '기본'을 알 것 같았던 맛이었고, 날이었다.      






2020년 구일 차의 기록

좋은 날 +4

나쁜 날 -5


01.08 : 신년회였고, 칵테일을 맛있게 마셨다.

01.09 : 역시나, 유쾌하진 못한 만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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