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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an 21. 2020

성공을 못해도 실패하는 건 아니잖아

♪美波 - main actor ( 주인공 )

진짜 멋있네, 주인공이란 건.
나로 말하자면 그저,
도망치기만 하는,
마을 사람 B 정도이려나.
-
나라서, 이런 나라서, 이런 나지만.
용서해줘.


♪美波 - main actor ( 주인공 )


" 그래도 좀 아쉽지 않아요? " 

" 글쎄요, 아쉽진 않은데. " 


언젠가 기사에서 어떤 기업은 동기 중에 한 명이 승진을 하게 되면 승진을 못한 나머지 기수 직원은 자연스럽게 '옷을 벗어야 한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이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의미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건넨 이야기에, 아무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었던 건 아마, 내가 옷을 벗진 않아도 되는 곳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배부른 소리란 거지. 그리고 이 질문은 사실 꽤 시간이 지난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종종 듣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어려서부터 무엇이든지 어중간했다. 반에서 1등은 자주 했던 것 같은데, 문과반이어서였을까. 전교에선 20등 대였던 뭐 그런. 어른이 되어서는 취미로 하던 몇몇 온라인 게임에서 상위 1%에 들기도 했지만 내 앞에 있는 만 명 즈음의 유저와 격차가 어마무시했는걸.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오면서 엄청 내세울만한 것들을 해본 적도, 가진 적도 없다. 


당연하게 일터에서도 대충 애매한 위치였고, 그렇다. 언젠가는 나를 일컬어 '얄미운 직원'이라고도 했었더랬다. 남들보다 열심히 안 하는 건 맞는데, 내가 맡은 일에는 문제가 없으니 뭐라 하기도 무엇한. 자뻑일 수도 있지만 뭐 일기장이니까. 그랬던 때도 있다는 말이다. 






직장인으로서 6년 차 사춘기 즈음에는 부정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보기 위해 도대체 '성공이 뭐길래'라는 마인드로 일을 해보았던 때도 있었다. 2년 가까이 모든 경쟁 발표에서 승리도 거두었고, 팀의 퇴사자도 없이 튼튼하게 만들었다(고 당시엔 생각했다. 당시엔). 덕분에 솔직히 섭섭치 않게 벌기도 했던 것 같다. 아니다 잘 받았다. 내 기준에선.    


그렇게 살다 보니 이것이 성공인가 싶다가도, 이 따위 것이 성공인가 싶기도 했다. 인생을 소비해도 알 길이 없으니 궁금하여 구글링으로 찾아보니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성공이 있었다. 열정적으로 하나에 몰입하여 1등을 하는 것도 성공이고 일을 그만두고 하고픈 것을 해도 성공이며,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도 성공이다. 그 반대편에는 열정적이지 못하면 실패이며, 잠깐 고꾸라지는 것은 '실패'이며 그것도 괜찮다고 하고, 새로운 것이 아닌 것을 하는 것도 실패라고 부르더라. 

그래서 다시 어중간하게 산다. 






어려서부터 어떤 이야기에서 나를 표현할 때 '행인 36'이나 '15층 주민' 이라던가, '회사원 13' 따위로 표현을 했던 때가 있는데, 나를 표현하기 딱 좋은 단어를 만든 것 같아 마음에 든다. 물론, 이런 나도 노력해야 산다. 행인도, 아파트 주민도, 회사원도. 노력해야 될 수 있는 거니까.


직접 경험하지도, 보지도 못했지만 헬스장에서는 '한 개더!' 라면서 한계까지 근육을 쥐어짜 겨우내 무거운 쇳덩이를 들어 올린다고 하던데, 그냥 그 한 개더! 를 안 할 뿐인 삶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안 한 것도, 남보다 덜한 것도 아니지 않나. 


무거운 삶의 무게를 한 개 더 들어낸 누군가는 그래, 나름의 성공을 할 테고, 한 개 덜 들었는데도 성공한 누군가는 근육이 천성적으로 잘 붙는 체질인가 보다, 성공할 무언가가 있나 보다 하고 산다. 이런 긴 이야기도 어쩌면 성공하지 못했다는 시선에 대한 자격지심일지도, 혹은 '한 개 더!' 들까 말까 하는 미련 따위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 오늘은 한곡 더 )

♪Bump of chicken - 才悩人応援歌(재뇌인 응원가) - 능력 없는 사람(재뇌인)을 위한 응원가. 힘내라는 가사 같은 것이 없어 편안한 응원이다.
생활은 평범해요. 평범한 것도 곤란해요. 그렇게 지구의 구석에서 계속 살아가요. 성원 따윈 전혀 없어요. 각광은 더욱이요. 기대를 받을만한 삶이 아니에요. 
-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 않나요? 나만을 위해 불러진 노래 같은 건 없다는 걸.  
-
입술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아주 조금이지만 대기를 흔들었던 노래. 
아주 작은 소리 - 단 한 사람만이 들은 노래. 
-
내가 노래하는 나를 위한 노래. 
네가 노래하는 너를 위한 노래. 

♪Bump of chicken - 才悩人応援歌(재뇌인 응원가) 中 (의역)






2020년 이십일 차의 기록

좋은 날 +11

나쁜 날 -10


01.20 : 사실, 저 이야기에 기운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01.21 : 기다리던 앨범이 도착했다. 그걸로 족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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