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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an 28. 2020

삶은, 달걀이 먼저일까 닭이 먼저일까

♪제이화-무대공포증

나는 내가 갔던 알던 길이 좋아서
그냥 쉬운 길을 택하고 싶어요
-
나는 이쁜 이유를 가지고
늘 행복하고 싶어요
숨이 막혀 꿈이었던
이제 모든 걸 다 포기하고파 난




요즘에는 내 특유의 자조 섞인 이야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을 자주 듣곤 한다. 다행히 친절한 주변인 덕분에 그럼에도 지겹게도 그런 이야기를 건넬 수 있어서 다행이다. 대부분 자조 섞인 이야기는 철 지난 갤러거 형제의 짤방에 있는 문장처럼 '우린 X나 예전에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 따위의 주제이다.


요즘 들어 유독 자주 떠올리는 주제이지만, 이놈의 노력이라는 것이 어릴 적에만 해도 꿈에 가깝게 해 준다던가, 아니면 적어도 보상이 따른다던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 꿈이랄지 보상 같은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나니, 노력이 방황하게 되더란 말이다. 사람이 숨은 쉬어야 하고 밥은 먹어야 하듯이, 적어도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고 곧 그것이 노력인데, 살아야 하니까 일한다는 건 조금 슬픈 일이었다. 그렇다고 꿈을 가지고픈 마음도 없고. 






어릴 적엔, 막연한 꿈같은 것이 삶의 원동력일 때가 있었다. 교복만 벗어봐라 내가 제대로 홍대병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뭐 이런 꿈이 있었을 때도 있다. 비록 학교에서는 비루하게 책상에 서 고개를 떼어내지 못한 채 쭈글탱이로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나도 꿈은 있었기에 나쁜 마음먹지 않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을 테다. 


그런데, 이 꿈이라는 것을 이루다 보니 떨어질 때가 아프고, 그러니까 또 꿈을 꾸는 것이 무서워지는 거라. 프리랜서로 홍대를 전전하면서 살다가, 문득 오한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꽤나 나이가 있는 - 하지만 그렇다고 늙었다고 말하기엔 젊은 바닥의 선배가 술을 들이켜며, 이 것도 이제 못할 짓이라며 한탄하는 것을 들으며, 미래의 내가 비추어졌다. 물론, 닥치지도 않은 일에 지레 생각한 내 잘못도 크지만 사실 살다 보면 크고 작게 그런 일들은 많이 있었고, 꿈에서 떨어지는 것은 꽤 많이 아픈 일이었다. 그러니까, 애써 꿈을 꿀 때는 깨려고 애썼다. 또 다치고 싶냐며. 정신 차리라고.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꿈을 꾸는 것이 무서웠다. 나이가 들어서 잠결에 드는 꿈들도 대부분은 무서운 것들이라, 꿈이라는 단어 자체를 함부로 내뱉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하며, 결국엔 지금처럼 염세적인 말들만 뱉는 중년이 되어버린 게다. 이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하기엔  또 조금 서글프지만 말이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어찌 되었든 그럼 내 노력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조금 더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고프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래서야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은데. 


- 라는 고민을 많이 했고, 다른 구절과 주제이지만 이런 고민을 주제로 이야기도 참 많이도 써내려 갔더랬다. 정말이지 성공이나 꿈이 있어야 노력을 하는 걸까. 노력을 해야 성공이나 꿈이 찾아오는 걸까. 금수저라던가, 로또라던가 따위는 없는 전형적인 일반인에게는 어떤 공식이 맞는 건지 모를 일이다. 정말이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지. 


그런데, 이게 또 많이 고민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정말이지 닭과 달걀처럼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더라. 그러니까 꿈은 꿈이고, 노력은 노력이다 라는 이상한 결론으로 대충 이제 마무리 짓자고 스스로를 달래어보는 중이다. 






꿈같은 낭만은 이제 두려움이 되었지만, 노력은 그때 그때마다 힘들기도, 또 가끔이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다들 재미없다는 게임도 나름의 노력을 한다고 하니 연휴 동안 아무도 없었지만 심심치 않게 나를 달래줬다던가. 그래도, 나름은 있는 듯 없는 듯 - 그러니까 편하게 와 같은 의미로 -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적당한 노력은 기울인 덕이다. 노력을 아예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일 안 하는, 못 하는 직원 따위로 눈에 띄어 이리저리 또 휩쓸리겠지.  


뜬금없이 떠오른 건데, 유튜브는 개인의 온라인상 활동을 기반한 알고리즘으로 추천하는 영상을 보여준다고 한다. 오늘은 언제나 나의 대장, 서태지가 한 방송에서 한 인터뷰 내용이 떴더랬다. 생각까지 알고리즘에 반영이 되는 건가. 여하튼.


몇 년 전, 이만 뷰 밖에 안 되는 영상이 뜬 것도 신기했고 그 내용도 신기했다. 영상 속 그는, 꿈 많던 그 역시도 꿈이 무서워졌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노력할 거라고, 그렇게 팬들과 늙을 때까지 음악을 들려주며 소통하고프다고. 역시 그 아티스트에 그 팬이다 라며, 쓸데없이 뿌듯했다. 그러니까 꿈은 없어도 사실, 그런 채로 노력하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겠지. 대장도 그렇게 말했으니까, 막연하지만 일단은 그렇게 믿기로 했고, 우습게도 겁나던 인사평가와 관련된 시험도 겁냈던 것에 비해선 싱겁게 수료해서 조금은 허탈하기까지 했다. 턱걸이지만. 꿈이나 성공이나 노력이나 이런 것들. 사실은 별 거 없드라. 그저 조금 더 삶을 감칠맛 나게 해주는 조미료 따위 같은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다. 물론, 내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러면, 그걸로 되었다.  






2020년 이십팔일 차의 기록

좋은 날 +14

나쁜 날 -14


01.27 : 게임을 너무한 터에 허리가 너무 아팠다. 

01.28 : 기한이 턱에 차 친 인사평가 시험을 턱걸이로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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