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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Feb 06. 2020

오뚝이 같은 마음

♪서태지 - 수시아(誰是我)

실패해요 쓰러지세요
당신은 일어설 수가 있으니
다음에야 쓰러져있던
널 볼 수 있어요



♪서태지 - 수시아(誰是我)


어제는, 퍽 피곤한 하루였는데 그런 것 치고는 꽤 오랫동안 잠에 들지 못해 5시 정도가 되어서야 꿈뻑꿈뻑 책상에 앉은 채 잠이 들었다. 좋아하는 게임도 하지 않았는데 어찌 그랬을까.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도를 할 때, 언제나 "오늘도 이 자리에서 기도를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만큼, 하루는 길고 그런 말이 습관처럼 나오게 해주는 그런 일들이 가득하다. 한 해를 좋게 보내야지 하면서도 순간순간 몰려오는 기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기도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랬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괴롭힘을 당하는 어린 시절과 지금은 닮아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그 약한 모습을 조금 더 적당하게 숨길 수 있다. 그렇게 숨긴다고 해서 약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라 그래서, 그렇게 기도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프지만, 이렇게 기도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결국 오랜만에 택시를 타고 출근하면서 과거의 꿈을 꿨다. 학교에서 얻어맞는 꿈이었던가. 사실 그렇게 얻어 맞고 그런 일은 그다지 없었기에, 꿈에서의 나는 엎드려 있었다. 책상에 엎드려 있는 내가 있고, 사람들은 내 주변에서 시시덕 거리며 돌아다니는 그런 꿈이었다. 아, 내 세상은 검은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저런 세상이었구나 하다 보니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도착을 하면 자리에 앉아 시작 전에 기도를 다시 한번 한다. "오늘도 이 자리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사실 들여다보면 기쁠 것도, 감사할 것이 무어가 있나 싶은 것들 투성이인 일상이고 오늘 하루지만, 또 습관적으로 감사함의 기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어제가 아팠기 때문이고, 언젠가가 아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곳에 다시 설 수 있음은, 감사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루가 어떠했더라도, 시작과 그 끝은 언제나 서 있기 위해 감사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마 오늘도 나는 바로 서서 감사하게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실패했기 때문이다.  






2020년 삼십칠일 차의 기록

좋은 날 +17

나쁜 날 -20


02.04 : 숙취 때문인지 감기가 걸렸다.  

02.05 : 많은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눈 날이고 주제는 추웠다.  

02.06 : 많은 일들을 얻었는데, 무엇 하나 손에 안 잡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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