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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Feb 07. 2020

박수받아 마땅한 마지막에

♪keyakizaka46 - もう森へ帰ろうか?

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하늘의 태양아 알려줘.
이제 숲으로 돌아갈까?
몇 번이고 다시 생각했어.



♪keyakizaka46 - もう森へ帰ろうか? ( 이제 숲으로 돌아갈까? )


우리나라와 일본의 음악 시장은 '아이돌' 음악의 소비가 주류가 된 지 오래되었지만, 그 소비되는 음악의 형태나 모습은 양국이 사뭇 다르다. 특히, 한국과 일본 아이돌의 실력 차이에 대해 웃기게 편집된 영상들도 쉬이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아이돌들이 더 체계적으로 좋은 음악을 내어놓지만, 아이돌 문화의 범위와 규모는 일본을 따라갈 수 없다. 그리고 지금 20년 기준에서 그 거대한 일본 아이돌계의 정점에 있는 집단은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 사단의 '사카미치 그룹' 혹은 '46그룹'이라 불리는 아이돌들이다. 노기자카46와 케야키자카46.     





이들은 매 싱글마다 '센터 선발'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가장 뛰어나거나 중요한 ( 그렇게 사무소에서 판단하는 ) 멤버를 군무(群舞)의 가장 앞에 배치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센터는 당연하지만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저 정점에 있는 두 아이돌 그룹 중 케야키자카46 의 센터는 데뷔 이래로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센터다.

'절대 센터'라는 별명을 가진 히라테 유리나.

그녀가 없는 케야키자카는 상상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룹뿐만 아니라 일본 아이돌계 전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멤버 중 한 명이다. 그만큼 뛰어난 실력과 표현력 ( 특히 공연 영상들을 보면 표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독보적이다. )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다른 멤버의 팬들에게도 '그래 케야키자카는 당연히 히라테가 센터지!'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지난달 돌연 '탈퇴' 선언을 했다. 일본 그룹 아이돌의 전통적인 시스템 중 하나인 '졸업' 이 아닌 탈퇴라는 기사에 의아하면서도, 일견 이해가 가기도 했다.






과거로 돌아가 2017년 홍백가합전에 나왔던 케야키자카46 멤버 중 세 명이 탈진 및 실신을 했던 것에 대한 기사가 나와 우리나라에서도 잠깐 이슈 거리가 된 적이 있다. 아이돌 그룹의 잔인한 스케줄 등을 이를 통해 조명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탈진했던 멤버 중 한 명이 저 히라테 유리나였다.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던 만큼 열심히 했고, 과격한 ( 어쩌면 괴팍하다고도 불리는 ) 안무 탓에 자주 다치기도 했다. 언젠가의 기사에선 안팎으로 성한 곳이 없고 10대의 나이에 칼을 들고 돌진하는 사람을 마주한 좋지 않은 기억까지 가지고 있다.


어린 나이에 항상 수많은 멤버들의 가장 앞에 서서 애썼던 그녀의 탈퇴는 그래서 충격이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언젠가의 인터뷰에서 그룹을 알리기 위해서 열심히 할 뿐이라는 이야기가 함께 떠올랐다.  이 탈퇴 소식과 함께 가장 좋아했던 멤버인 스즈모토 미유의 졸업 소식도 함께 들려온 건 그저 아쉽다. 더 보여줄 것이 많은 멤버라고 생각했는데.    



 keyakizaka46 - silent majority, 몇 번의 '센터 대리'를 맡을 정도의 실력과 그만큼의 노력을 해 온 메인 퍼포먼서 '스즈몽'







이런 소식 덕분에 이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한 공연이 된, 작년 도쿄돔 콘서트 블루레이의 초동 물량이 여성 아이돌 역대 최대인 약 10만 장을 기록했으니, 어쩌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졸업을 시키지 않은 채 탈퇴로 처리하고 새로운 센터를 키우는 동시에 이슈를 만들고 뒤에 복귀를 시키려는 사무소의 빅픽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하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고 싶을 정도로 참 열심히도 했다. 조금 늦었지만, 노래를 듣다 좀 덕후 같지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에 뜬금없이 글을 썼다. 원래 최선을 다하면 끝에 아쉬움이 없다고 하지 않나. 아쉬움 없이, 후련하게 푹 쉬고 또 좋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keyakizaka46 - AM 1:27, 많은 공연들 중 히라테와 스즈모토 둘이 동시에 가장 포커스 받았던 무대라 기념 삼아 기록.





2020년 삼십팔일 차의 기록

좋은 날 +18

나쁜 날 -20


02.07 : 파티션을 책상 옆에 놓았다. 내 공간이 생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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