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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15. 2019

빙수가 먹고 싶은 날엔 누군가 있었음 해

♪Jclef - 주스 온더 락

너와 나는 그저 달콤함이면 돼
다른 것은 빼




혼자서 일을 할 때 가장 서글프고 고역이었던 것 중에 하나는 밥을 혼자 먹는 것이었다. 홍대 한 복판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라는 건 그땐 눈치가 많이 보이던 일이었다. 북작이는 맛집에서 네 명 분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혼자 먹는 건 당시의 시선으로는 견디기 힘든 일이어서 처음 적응하지 못했을 때는, 한솥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같은 걸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일터로 가곤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선, 혼자 레게풍의 카레치킨 맛집에서 1인 1 닭도 야무지게 하고 나오는 강철 멘탈을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에서는 그때 기른 습관이 고마울 정도로 혼자 먹을 일이 많다. 얼마 전 브런치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부장님 웹툰을 본 것 같은데, 내가 부장님도 아니고 그 정도의 나이도 아니지만 직장에서든, 개인적인 시간에도 보통은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 요즘 문화도 그때와는 달리 '혼밥족' '혼술족' 이런 말들도 많이 나오지 않나. 덕분에 자칭 프로 혼밥러로 먹고플 때는 종종 고기나 뷔페도 혼자 갈 수 있는 요즘은 그 시절보다 마음이 한결 편하다.






그런데, 묘하게.

정말 어지간한 것들은 혼자 먹을 수 있겠는데, 딱 하나 혼자 먹기 꺼려지는 음식이 바로 제목에도 적혀있는 <빙수>다. 어릴 적 입맛이 없거나 할 때는 초밥이나 빙수를 먹었는데 ( 나도 이 식성은 모르겠다. 온갖 것들을 게워내던 때에도 저 두 음식은 넘어가더라. ) 그만큼 좋아하는데도, 이상하게 가게에서 혼자 먹으려고 하면 조금 어색해져 결국엔 커피나 시켜서 마시다 나오고는 한다.






한 번 떠올려보자.

주문하여 나오는 음식들을 떠올렸을 때 먹을 수 있는 도구가 - 숟가락, 젓가락, 포크 같은 - 한 짝만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빙수는 '당연하게도' 두 개의 숟가락이 쟁반에 함께 올라와져 있는 것이 떠올려지지 않나.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양이 적고, 많고를 떠나서 내게 있어서 빙수는 '2인용'이라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도 여름철 휴식을 위하야 혼자 방문했던 신라호텔에서도, 방에서 뒹굴거리다 갑자기 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인 애플망고빙수를 먹고 싶어 내려가니 다들 쌍쌍이 앉아있는 모습에 빵집에서 케이크 하나를 사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 테이블의 대부분에는 노란 망고빙수들이 있었다. 나도 먹고 싶었는데...!



지금, 가장 먹고 싶은 빙수는 비슷한 이유로 작년부터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먹지 못하고 있는 복숭아 빙수


"빙수 먹으러 갈래?"

휴일인 오늘 집에서 종일 뒹굴고 있다가 문득 빙수 생각이 나, 누군가에게 먹으러 가자 말을 꺼내 볼까 하다 먹고 싶은 빙수만 떠오르고 사람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넣어두고 꾸준히 뒹굴거렸다. 조금만 더 뒹굴거리다 마트에 가, 적당히 과일이랑 팥을 사 와서 빙수기로 가족들한테 과일빙수나 만들어줘야지. 빙수는 뭐니 뭐니 해도 대접에 후드리찹찹해서 '같이' 먹는 팥빙수가 최고신 거다.



쳇.

빙수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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