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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16. 2019

불편한 말은 결국 허공을 맴돌다-

♪Mot - 헛되었어

모든 게 모든 게 부질없어 헛되고 헛되고 헛되었어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나쁘지 않았어


♪Mot - 헛되었어


"뭐, 잘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에게 안 좋은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가 있다. 지나 온 시간 탓인지 부족하나마 그런 것이 일종의 의무인지라 오늘도 본의 아니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천성이 쫄보라서 백을 이야기할 때 적어도 오에서 십은 애써 좋은 방향의 이야기를 곁들여 이야기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쫄보인 데다가 화를 잘 안(못) 내는 편인데도, 집단에서는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나도 그러고 싶진 않은데.  






여하튼, 오늘은 그렇게 유독 입에 쓴 말을 서너 번 정도 담았다. 나로서는 해야 하는 말이었고, 하지 않으면 안 될 이야기였다. 불편한 말을 했으니 고쳐지면 그 걸로 나마 좋을 텐데, 사실 이 이야기는 꽤나 오랜 기간 계속하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니, 고쳐지지는 않고 듣는 사람도 불편할 테고, 동시에 나도 또 불편해진다. 아마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에 안 좋은 예로 넣으면 딱 맞을 그런 상황이 아닌가.  


이야기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밖으로 나가다 저 이야기를 꺼낸 주된(?) 원인을 제공한 직원이 지나갔다. 애써 못 본 척하고 스쳐 지나갔다. 그냥 마주하는 것이 불편했다. 불편한 말을 한 직후여서 무언가 민망하기도 했고, 그렇게 비켜 가는 와중에 또 혼자 자존심이 상해버렸다. 내가 그렇게 못할 말을 한 걸까? 굳이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을 했고, 아무도 모르게 불편해져 버린 순간이었다.




과거의 언젠가,

꽤 성격이 있으신 선임이 있었다. 욕 까지는 아니지만 화낼 때는 정말 화끈하게 내시는 편이었고, 작업물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직선형의 선임이어서 많은 직원들이 함께 일할 때 무서워하는 편에 속한 분이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 그분의 스타일에 맞게 업무가 진행이 되었던 편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신기했던 점은 그럼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따랐다는 사실이다. 선임이니까, 무서운 사람이니까 따른 거였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지만, 퇴사를 한 뒤에도 당시의 사람들과 연락을 이어가며 잘 지내시는 것을 보면,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으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가끔이지만 연락을 이어가는 사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생각난 김에 연락이라도 드려야 하나.  




나도 세월이 지나 이제 그때 그 선임 정도의 나이가 되었는데도, 불편한 말은 여전히 불편하다. 불편하다 보니, 그 선임과는 다르게 사람들과 선을 긋게 되어버린다. 우리가 친해진다면, 이런 해야만 하는 불편한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싶어. 그렇게 조금 볼품없겠지만 누군가에게 "원래 나도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어. 나도 좋은 말 하고 싶은걸."이라는 푸념 하나 하지 못한 채, 누구도 돌려주지 않은 불편한 언어들을 혼자 모듬고, 곱씹었다.


아마, 누구 하나에게 제대로 전달지 못한 채 사무실의 허공을 돌다 나에게 돌아온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불편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아직 세련되지 못해서 이 불편한 말들을 어떻게 불편하지 않게 말해야 할지도 잘 모른다. 그래 생각해보면 공휴일 다음날, 그것도 금요일에 이야기한 것부터가 불편했네. 불편했겠네. 매번 일할 때는 TPO를 찾으면서 막상 현실에서는 잼병이라니. 오늘도 혼자 뱉고, 혼자 배웠다.



참 오늘은 유독 더운 날씨다.

시원하게 화내고,

시원하게 친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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