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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18. 2019

못난 글자라도 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GEMINI - In Ya MELLOW TONE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옳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봐
누군가의 하루를 만드려고
노력하는 작은 목소리



♪GEMINI - In Ya MELLOW TONE


어느 날인가 미팅 장소에 도착했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노트북을 펼친 채 회의를 하고 있는 장면에 조금 충격을 받았었다. 어떤 분에게는 "미팅 장소에서 태블릿 들고 다니면서 참고자료도 보여주고 하면 있어빌리티 하죠." 라며 신형 아이패드 뽐뿌를 받기도 했었다. 그래서 나도 올 초에 그 있어빌리티한 노트북 겸 태블릿을 하나 장만했었다. 확실히 종이도 절약하고, 서피스를 구매한 덕에 회의장소에서도 일반 노트북보다 조오금 더 튀어 보인다. 물론, 지금에는 역시 수첩을 들고 회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사실 이 마우스를 쓰고 싶어서 노트북을 구매한 이유가 더 크다. 불편하지만 예쁘니까-!


무언가를 손으로 기록하려 애쓴다.

어설픈 어른 글씨를 따라 하면서 써오다 보니 이상한 필체로 굳어, 지금은 남들이 쉬이 알아보기 힘든 나만의 필기체로 써 내려가지만, 그래도 손으로 기록하는 것은 무언가를 기억하고 기념하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정성스러운 행위가 아닐까 싶다. 1학기 수업을 내내 노트북을 켠 채로 들었지만, 막상 시험공부는 펜으로 했듯이. ( 비록 벼락치기, 날림이었지만. ) 손으로 정성스레 공부한 덕인지, 시간에 비해선 좋은 결과를 받았다. 이건 뭐 사실 억지 이야기다. 그래도 그만큼 나는 손으로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습관적으로 구매하다 보니, 가방에는  항상 네다섯 자루의 펜이 들어있다.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도 정말 심심한 하루다. 할 일이 너무 없어, 무료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다, 수첩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끄적여보았다. 당장 다다음주에 있을 휴가에선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던가. 다음 주에 있을 중요한 일들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써보고, 옛날에 썼던 손 일기장을 꺼내 옛날 동화를 보듯 읽기도 했다. 당시의 일기는 여러 가지 충만한 기분이어서였을까 행복이 가득한 기록이 담겨 있었는데, 요즘에 써 내려가는 것들은 보기 영 좋지 않아 이내 구깃해져 쓰레기통에 들어가거나 세절기에 갈아버린다. 오늘 것들도 아마 그렇게 될 운명일 것이다.    





( 사진 왼쪽의 저 노란 연습장은 대학생 때부터 십 년 넘게 애용하는 다목적 낙서장이다. )

수첩에 손길이 쌓여가는 것을 보는 것은 기계가 줄 수 없는 묘한 매력이다. '아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문득 글자로 나를 남기는 취미를 가져서 다행이라고, 라이카를 사용하는 어떤 사진작가의 진득한 사진을 쳐다보다 떠올렸다. 무언가를 써서 남긴다는 것은 비싼 돈도, 어떤 멋진 기술이 필요한 것도, 가열찬 창작혼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비록 매일 같이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글자들은 나는 외롭거나, 심심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 펜에서 손을 떼고 키보드로 하루를 기록하는 지금은 적어도 심심함은 가셨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하루도 글자로 무언가를 썼기에 비로소,



< 누군가의 하루 >가 되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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