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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19. 2019

오늘도 온갖 이야기가 떠다녔지만

♪오지은 - 서울살이는

사람들 수만큼의 우주가
떠다니고 있네 이 작은 도시에



♪오지은 - 서울살이는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새벽녘에는 인터넷 방송계에서 나름 이슈가 되고 있는 BJ들의 만남과 이별에관련된 영상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딱히 재미가 있어 보았던 건 아니었는지 이 방송 저 방송을 넘나들며, 오지 않는 잠을 청했던 것 같다. 참으로 신기하지. 방송 속 그들을 알지도 못하면서 채팅과 후원금이라는 프로그램 뒤에서 그들의 감정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각자의 생각대로 떠들어대는 것은, BJ들이 맞이하고 있는 사정과는 별개로 신기하고 우습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멍하니 계속 쳐다보았나 보다. 





"구혜선이랑 안재현이랑 이혼했대요." 

인터넷 방송보다도 더 유명한 연예인들의 이별 소식은 지루한 월요일의 수다 소재로는 적당했는지, 오늘만 해도 여러 번 같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히 같은 이야기인데도, 누구가 그 이야기를 전하느냐에서 잘못한 사람이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덕분에 나도 두세 번 즈음 이야기가 돌았을 때는 "아 맞아, 걔가 그랬었다며?" 맞장구를 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사실 그렇게 그들이 안고 있는 슬픔이 궁금치는 않았는데.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말야. 슬픈 건, 그들인데. 실검 1위에 올라간 이름이 참 외로워 보였다. 






오늘 있었던 발표 자리는 함께 일하는 후임이 참 많이 늘었구나. 고 깨닫는 동시에 같은 발표를 들었는데도 다들 각자 생각하는 것만 들렸구나- 고 생각했다. 모인 사람들의 질문은 분명 같은 주제인데 무언가 하나로 합쳐지기엔 애매한 느낌이었다. 우리가 당신들에게 전하고 팠던 이야기는 다른 것이 중요했던 것 같은데, 다행히 막힘없는 Q&A 시간이었지만, 묘하게 질문도, 대답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기분 탓이었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오늘 해가 떠 있는 내내 내 주변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그중에 < 자신의 이야기 >는 듣지 못했다. 수백수천 명의 수많은 문장과 대화를 보고 들었는데, 저렇게 짧은 세 문단으로 나의 하루는 정리가 되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빌어와 타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때 지난 TV 오락프로그램의 <고요 속의 외침> 같은 기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말 타인의 이야기라도, 제대로 나누었을까. 글쎄. 




그래서 나도 오늘은 내 이야기는 조금 접어두고 주변에서 떠다니는 이야기들을 주어와 이 곳에 나열하고, 내 하루를 덮어버렸다. 어쩌면, 참 우리는 이렇게 복잡한 한 주를 또 시작했지만 느끼는 것보다는 단순하게 살아가고, 그렇게 내 이야기할 곳은 잊어버린 채 습관처럼 퇴근길 누군가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며, 내일을 맞이하러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싶어, 꾸역꾸역 글로 하루를 남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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