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d Aug 21. 2019

930호. 나만 있는 공간에서.

♪SOMA - The shark In my window

안심하고 창문을 바라보니 
커다란 이빨을 가진
무서운 상어와 눈이 마주쳐
나는 눈을 감아 눈을 감아



♪SOMA - The shark In my window


내 취미는 호캉스다. 

스무 살에 처음 혼자 부산의 한 호텔에서 묵은 이후에 가진 십 년이 넘은, 호캉스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가진 소소한 취미 같지 않은 취미다.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도 "제 취미는 호캉스입니다."라고 해도 여전히 갸우뚱한다. 십여 년 정도 이야기하면 인정받을 법하지도 않나. 여하튼 지금 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 곳은 서울에 있는 한 호텔이다. 






호캉스를 즐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평일에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체크인을 하고 난 뒤, 한두 시간은 < 바깥 >에서 오는 연락을 피한다. 방에 들어오는 순간에는 바깥일을 잊으려고 노력한다. 호캉스는, 나만의 방을 가지고 싶은 욕망이 부른 취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집이 있음에도,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보니 가끔은 가족과도 떨어져 있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크다. 입으로는 누군가 함께 하지 못함에 대한 서운함을 외치지만, 이런 반대되는 마음도 있다. 


누군가와 같이 하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와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마음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남들도 그럴까 싶다. 그래서 내가 즐기는 호캉스는 조금 남들과 다르다. 보통 수영장도 있고, 사람들이 모이는 그런 곳에서 친구나 연인, 가족들과 즐기는 호캉스가 아니라 정말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최대한 사람이 없는 평일에 즐겨 방문한다. 오늘도 잠깐 밥을 먹을 때를 빼고는 방에서 나가지 않고 있다.



호텔에 있는 한 주점에서 가볍게 한 잔 해야지. 했는데 저걸 네 잔이나 마셨다. 혼술 마니아다. 


보통은 라운지가 있는 호텔에 방문하는 편인데, 가끔- 혼자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 안내를 해주시는 호텔리어 분들께서 쳐다보는 시선에 움찔할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나만 느끼는 시선에 움츠려 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꽤 당당해졌다. 내가 내 돈 냈잖아(?!)


" 한 분이요? "

" 네, 예약 가능한가요? " 


오늘도 식사를 위해 예약했는데, 살짝 이질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잠깐 움찔했다. 이 것도 조금은 혼자서 느낀 걸지도 모르겠다. 식사를 위해 방문했던 곳은 모두 일행이 있었다. 그 직원의 물음표의 톤이 조금 높았던 것이 이해는 가는 광경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나면 항상 고정된 세팅. 설정샷 같지만 어디서든 저 좁은 공간이 내가 호캉스를 하는 거의 모든 이유다. 좁고, 혼자 있는 공간의 완성이다.  


누군가에게는 왜 굳이 돈을 써서 겨우 이런 거나 하냐, 혼자서 굳이 뭐하냐고도 하지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 , 혼자 있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부분도 있다. 지금도 하루를 온전히 혼자 보내고 이렇게 글을 쓰기 전까지 혼자 넷플릭스도 보고 수취인 불명의 편지도 썼다. 그렇게 잠깐 무서운 사회에서 떨어져 있어서 좋았다. 동시에 문득문득 혼잣말을 할 때면, 내가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지 싶어 가슴이 쿡쿡 쑤시기도 해서 호캉스 때는 과음을 많이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맥주 네 잔과 와인 한 병으로 이루어진 자정, 930호의 혼자만의 세상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다. 


다음번에는,

음. 음. 음.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온갖 이야기가 떠다녔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