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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21. 2019

아무 일도 없는 하루

♪백예린 - 어느새

무뎌진 그런 사람이 
나는 되어만 가네 어느새




♪백예린 - 어느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물론 밥도 먹고, 영상도 보고, 잠도 자고, 전화도 받았고, 그래 숨도 쉬고. 무언가를 하긴 한 것 같은데, 어제 잘 쉰 것 치고는 오늘 꽤 빈둥빈둥 침대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호텔에서는 괜찮지만 나와서까지 이렇게 쉬다니. 요즘 쉴 수 있다면 이렇게 아무 일도 없이 보내는 날이 늘어가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신기한 일이다.




예전에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잘 견디지 못했던 것 같다. 집 앞에 있는 PC방에서 웹서핑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가서 무언가를 했었더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 방에 있으면 조금 초라한 기분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쯤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겠지? 하면서 나갔던 것 같다. 무어라도 하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덜 드는 것 같아 그랬다. 항상 부모님께 "좀 쉴 때는 집에서 쉬렴." 이라며 핀잔을 받을지라도. 무언가 무기력한 하루는 내 자신이 무력해지는 기분이어서 였을지도 모른다. 




하루를 어떤 글자로 남기지 못할 정도로 지나간 하루가 아무렇지 않음에 감사하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을 떠올림에 조금씩 무뎌져 가면, 모든 것에 괜찮아질 하루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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