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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27. 2019

우리의 잘못은 아니니까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우리 사이에 자주 아픔을 줘도
그건 아마 우리를 더 크게 해 줄 거야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예린 님의 음색은 정말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저렇게 예쁜 목소리와 가사와는 반대로 오늘 하루는 그렇게 예쁜 하루는 아니었던 것 같다. 여름의 무더위가 가실 법하니, 하루하루 새로운 일들이 그 무거운 공기를 채워가고 있다. 오늘의 일들은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이 것은 저의 잘못인가요?" 





내가 일을 하고 있는 위치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사회 관념상 '을'이라고 불린다. 광고업이다. 천성이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 쓰고 나니 웃기다. 그런 천성이 어디 있어. ) 성인이 된 이후에 꾸준하게 뚜벅뚜벅 걷고 있는 일이지만,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내가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나의 잘못이 된 것만 같은 억울한 마음이 차오르는 날들이 있고, 그게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잘못'을 안겨준 상대방은 여러 가지의 이유를 나에게 말을 해준다. 사정은 알겠지만, 그 사정을 떠안아야 하는 게 나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가 혹시 무엇을 잘못했기에 저에게 그 잘못을 선물 주시나요. 나에게 잘못을 떠안긴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 테다. 

"아, 해결했습니다." 무엇을?






"제 의지가 아닌데... 허탈하네요."

"에이, 뭐 좋은 생각을 해봐요."


억울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애써 가라앉은 주변 사람들을 건져 올리려고 애써보았다. 내가 또 '을질'로만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을 살아왔지 않겠는가. 어지간한 일에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 그냥 억울할 뿐이다. 답지 않게 오늘 있었던 좋은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보통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에 기대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무언가 그렇게 기댈 곳이라도 있어야, 내가 '을'로서 온전히 있을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애써 좋은 생각을 머릿속에 욱여넣은 채, 행복 회로를 돌리다 보면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래. 나에게 저렇게 이야기 한, 잘못을 안겨준 저 사람도 자신이 있는 곳에서는 또 다른 '을'일 테고, 그라고 해서 그러고 싶은 건 아니었겠지. 그에게도 그만의 사정이 있겠지. 우리 모두 우리 스스로 잘못한 건 없을 거야. 


노래 가사처럼 그래, 우리 '을'들은 오늘도 아팠던 만큼 더 컸을 테지. 이 글을 마치면 이 노래를 반복하며 들어야 할 것 같은 마무리다. 딱 오늘 억울한 마음만큼 비죽 솟은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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