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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30. 2019

이 시국에, 후쿠오카의 골목에서

♪keyakizaka46 - ambivalent

고독한 채로 살아가고 싶어.
그렇지만 혼자 살수도 없어.



♪keyakizaka46 - ambivalent


아프다. 그것도 타국인 일본에서.

한국에서 최근 바짝 속앓이 하던 긴장이 풀려서일까. 공항에 내리자마자 몸이 안 좋아진 터, 졸지에 여행이 요양이 되었다. 호텔에 있는 온천에 몸을 담그고 쉬어도 별 차도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니, 이 시국에 일본에 가서 그렇단다. 그래 제가 잘못했다고 합시다. 기분 탓이라기엔 확실히 평소 방문할 때보단 한국인이 적어 보이기도 했다. 없진 않았지만. 아팠던 덕에 브런치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 포스팅을 한 번 건너뛰기도 했지. 그 정도로 아팠다.


일본은 최근 삼사 년 사이 스무 번 넘게 오고 간 나라여서 그런지, 이제는 딱히 관광 명소 같은 곳은 잘 방문하지 않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의 테마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하다는 야쿠인 대신 조용히 뜨고 있다는 카페 거리랄지, '닭요리'를 테마로 한 식도락 여행이었는데... 이렇게 아파서야 돌아다닐 수가 없어 호텔에서 오전 내내 빌빌 거리다, 시간이 아까워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 기사님, 골목으로 돌아가 주세요. "

기사님께 일부러 돌아가 달라 말씀드린 채 택시 안에서 일본의 골목골목을 구경하였다. 최근의 일본 여행은 대체로 이렇다. 명소보다는 일본 골목과 주택가가 주는 특유의 그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좋다. 당장에 회사도 주택가 골목에 위치해 있지만, 그 분위기는 확연하게 다르다. 뭐, 여행이 주는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특이하게 뚜벅이 대신 차를 타고 돌아다니니, 또 평소와는 색다른 기분을 가져다주었다.

 

약 5천엔 정도의 돈으로 후쿠오카의 골목골목을 돌면서 여러 기사님들과 대화를 나눴다. 벌써 8월이 다 갔네요~ 던가. 금요일이라 차가 많다 보니 오히려 골목이 여유 있네요 ~ 던가. 한국은 요즘 어떤가요? 무섭죠. 일본은 어떤가요? 같은 다양한 이야기들. 대부분 혼자 오는지라 여행 기간 동안 목소리를 낼 때는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 정도밖엔 없었는데, 친절한 기사님들 덕분에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혼자 가시면 심심하지 않으세요?"

"아니, 오히려 편하고 좋은데요?"


한국에서도 충분히, 원치 않아도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살지 않나. 그래서 여행만큼은 누구와도 부딪히지 않기 위함의 목적이 가장 큰데, 우습게도 이번 여행은 일본에서도 말할 기회가 많고, 한국에서도 의외로 자주 연락이 와서 ( 대체로 업무 관련된 이야기들이었지만 ) 심심할 틈이 없었다. 아프지만 않았어도 괜찮을 날이네.


순간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고 싶어 이 시국에, 이 먼 곳까지 왔으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니. 참 나도 나를 모를 날이구나. 기사님들과 떠들다 들뜬 기분을 조금 가라앉혀볼까 싶어 언젠가 왔던, 관광객에게 인기 만점의 팬케이크 가게에 일부러 방문했다. 무언가 마음이 밍숭맹숭해져 결국엔 CD샵에서 흘러나오던 유명 일본 아이돌의 음악을 틀어놓은 채 쉬는 지금 같은, 묘한 기분의 여행 중이다.





팬케이크에 이 카페 특유의 커피맛이 주는 조화는 언제나 와도 맛있고,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 이 시국에 이런 걸 먹다니. 우리는 죄인이야ㅠㅠ 그래도 맛있어~"라는, 셀카를 열심히 찍는 옆 자리 한국 커플의 감상 같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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