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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01. 2019

후쿠오카 1일 1 닭 여행기

♪Bump of 'chicken' - hello, world

안녕, 이제 다시 방황의 연속이야
낯익지만 잘 모르는 경치 속에서


♪Bump of 'chicken' - hello, world



"모츠나베랑 명란 먹고 오세요~"

"응응, 그래요오." 


후쿠오카를 다녀온다 하니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후쿠오카는 우리나라와 가깝고 대형 쇼핑몰이 있다 보니 보통 쇼핑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니, 그걸 제하면 먹을 것만 남는다. (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이 지역의 가장 유명한 음식은 위에 말한 저 두 메뉴(모츠나베와 명란) 일 것이다. 후쿠오카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 즈음은 맛보았을법한 지역의 대표 음식은 맞다. 물론 나 역시 둘 다 먹어본 음식들이기도 하다. 


먹는 낙이 삶의 9 할인 인생인지라, 쉬이 남들과 같은 길(?)을 걸을 순 없지. 이번 후쿠오카 여행 테마는 <1일 1 닭>이었다. 여행을 오는 이유가 보통은 그렇지 않나.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것들을 경험하기 위함. 그래서 한국에서는 쉬이 맛보기 힘든 방식으로 요리한 닭들을 찾아 먹어보았다. 






#1일 차 메뉴 : 모모 타타키 

@ ropponmatsu 


왜 초점이 나갔지- 저 생살의 느낌만 봐주시라. 


롯본마쓰 역은 최근 골목골목에 현지인들에게 주목받는 카페들도 많이 생기고 있고, 무엇보다 역 가까이 세련된 츠타야 서점이 있기에 일정 중 두 번이나 방문한 곳이었다. 첫날 저녁은 이 지역에 있는 이자카야 < 마스마스야 >. 메뉴 중 저녁 식사(안주)로 택한 것은 모모 타타키. 닭다리살의 겉만 구운 요리이다. 


참치 타타키 정도가 대중적인 우리나라에서, 닭을 타타키로 낸 음식점을 아직 본 적이 없다. 닭은 다른 고기들과 비교해서 신선도에 따라 쉽게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이런 메뉴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닭의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증거와 같기도 하다.

 

유쾌하고 농담이 짙으신 ( '그런 이야기는 캬바쿠라 가서 하시자고요~' 라며 내 뒤에 앉은 회사원 손님들에게 너무 크고 호쾌하게 말씀하셔서 처음엔 잘못 들었나 했다. ) 사장님의 성격을 닮은 듯한, 조금 거친 겉질감에 배인 불향과 선홍빛의 신선한 닭가슴살의 조화는 처음 경험해본 맛이라 신선했다. 쪽파와 양파를 얹어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살짝 느끼(비릿) 하게 올라오려는 닭 특유의 냄새를 잡아주어 질리지 않게 잘 먹었다. 혼자 간 터에 다른 주력 메뉴인 모모 야끼를 못 먹고 왔다 - 는 핑계로 조만간 또 갈 예정이다. 






#2일 차 메뉴 : 수비드 닭가슴 & 다릿살

@ Hakata 


핑계를 대보자면, 너무 어두워서 맛없게 찍혔지만, 나쁘진 않다(...)


불금이었던지라, 1차로 선택하고 방문했던 이자카야 < 토메 테바 >. 하카타역 뒤쪽에 있는 곳으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인지 이른 시간에도 만석이라는 직원의 말에 예약을 걸고 다른 술집들을 돌다 10시 즈음 3차로 방문하였다. 여담이지만,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술 마시는 속도가 빨라져 12시가 넘어갈 즈음엔 혼자 5-6차를 달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숙소로 돌아가곤 한다. 


시간에 맞추어 방문했을 때도 여전히 만석에 왁자지껄하게 일본어가 오고 가는 대기줄을 보니, 기대감이 올라갔다. 입구에 크게 걸린 사진은 나고야의 명물이라고도 하는 테바사키 ( 닭날개 ) 였지만 메뉴판을 뒤적이다 위의 메뉴를 시키게 되었다. ( 사진에는 없지만 물론 테바사키도 시켰다. ) 


우리나라에서도 다이어트인들을 위한 수비드 닭가슴살 같은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당연하게 그것과는 다른 맛이고, 특히 닭다리살은 전 날에 이어 이번에도 놀랐다. 흔히 저 것과 비슷한 것을 꼽자면, 백숙의 닭다리를 씹을 때와는 다른 식감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저 닭다리살만 팔았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 메뉴인 테바사키뿐만 아니라 흔히 아는 음식에서 가게 특유의 어레인지 ( ex: 연근 명란젓 튀김 )를 한 버전의 메뉴들이 다양하고, 동시에 저렴한 데다, 후쿠오카에 몇몇 지점이 있다 하니 다음에도 근처에서 발견한다면 2-3차로 들릴만한 곳이었다. 






#3일 차 메뉴 : 미즈타키 

@ Tenjin 


뽀얀 국물의 질감에 비해 맑은 느낌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여행 마지막 식사로 만족 만족. 


몸이 아픈 와중에 술까지 엄청 들이부었으니, 귀국하는 오늘은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일본식 닭백숙이라 할 수 있는 미즈타키를 먹기로 했다. 언젠가 엠넷 MAMA에서 고독한 미식가의 배우인 마츠시게 유타카가 "일본에 방문하신다면, 전골(나베) 요리를 추천드립니다."라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만큼 전골요리는 일본인들에게 사랑받고, 다양하게 발전되어온 요리이다. 오늘 방문한 < 신미우라 > 도 그런 곳 중에 한 곳이다. 


텐진의 지하상가에 위치해 있는 가게로 조금은 허름한 구역이었지만, 역과 가까워 찾기도 쉬웠다.  종종 이런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경험하곤 하는데  동시에 그 골목에서 유일하게 현지인, 특히 어르신들이 긴 줄을 서고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기 전부터 맛집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에서 무계획 식도락 여행을 즐긴 땐 보통,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구성을 보는데 스시, 라멘, 전골 등 클래식한 일본의 메뉴를 먹으러 갈 때, 어르신들이 많다면 그 집은 보통 맛집이더라.    


맛은, 어쩌면 백숙 & 닭곰탕과 비슷한데 또 다르다. 진한 육수가 확실히 느껴지는데 동시에 이런 요리 특유의 묵직함은 또 잘 느껴지지 않고 깔끔하다. 닭의 퀄리티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오늘 마지막까지도 모츠나베와 고민했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특히 후쿠오카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지역 특산인지 '우엉'을 활용한 요리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반찬으로 나왔던 두부에 소스로도 우엉을 사용했는데 이게 또 별미였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전통적이고 맛있는 음식들이 많지만, 가끔 이렇게 한 재료를 깊게 파고들어가는 여행을 하다 보면, 확실히 100년 이상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에 신선한 시도들이 곁들여진 음식들을 내놓는 가게들을 발견하면서 맛 이상의 깊이를 경험하곤 한다. 이런 가게와 요리들이 일본에는 꽤 많이, 그것도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볼 때면 이런 특유의 문화는, 식도락 유행이 빠르고 민감한 우리나라도 배워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식도락 블로거(...)가 아니기 때문에, 가게, 음식에 대한 설명보다는 어떤 메뉴인지 알 수 있는 조악한 사진을 첨부해놓았으니 혹, 궁금하신 분들은 <   > 속 매장명 검색으로 자세히...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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