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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01. 2019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따라

♪남메아리 - 게을러질 테야

♪남메아리 - 게을러질 테야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여행은 무조건 토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잡는다. 그래야만, 새로이 시작하는 한 주를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다. 이번엔 여행 일정 자체도 너무 여유 있었기 때문에 딱히 피곤할 건 없었지마는 여느 여행과 같이 오늘은 푹 쉬어줬다. 사실, 무얼 하려고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 여느 때처럼. 


뒹굴거리다 벌써 9월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올해 이루었던, 바뀐 것들을 떠올려보니 올 초와 비교해서 크게 변한 것이 없는 삶이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런 기분일까. 오늘 하루 같이 무료한 기분과 닮은 8개월을 보낸 것 같아, "아버지, 벌써 9월이네요. 엄청 시간 빠르죠?" 무안한 기분을 괜스레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무료한 이런 기분과는 달리 내일부터는 새로이 학교도 개강하고, 9월에는 회사에서도 바쁠 일이 많이 쌓여있다. 예전에는 이런 일정들을 눈 앞에 두면 걱정이 앞서고, 쉴 때도 제대로 쉬지 못해 괜스레 컴퓨터 앞에서 뭐라도 일적인 부분들을 끄적이곤 했었는데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는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여유를 넘어서, 게을러진 기분까지 든다. 


공항에서 대문짝만 한 게 틀어진 '워라밸' 관련된 광고를 쳐다보며 일하는 시간을 정하고, 노는 시간을 만들어내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면 일과 라이프스타일을 밸런스는 맞출 수 있겠지만 그 균형이 흐트러졌을 때의 마음은 더욱이 힘들지 않을까- 라며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내 워라밸은 엉망이고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도 힘든, 올초와 크게 변하지 않은 삶이지만 예전처럼 조바심은 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모든 것이 바뀐 기분이다. 쉬는 것은 이렇게 좋다. 문득문득 삶에 감사함을 가져다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일도, 사람도. 급하지 않게. 

그래도 게을러지지 않게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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