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superfantastic
가능성, 그건 신비로움이야
너의 가장 큰 꿈은 분명 현실이 될 거야
이상하게 찜찜한 기분의 출근길이었다. 월초라서 그런가? 쌓여있는 일 때문인가 싶었지만, 그건 평소에도 같은데, 갸웃거리다 단체방의 메시지를 보고 깨달았다. 오늘은 새 학기, 개강일이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개학 감성인가. 어쩐지 그래, 유독 SNS에서 묘하게 처지고 날 선 기분이 느껴지는 것이 그저 기분 탓은 아니었다. 직장인의 개학은 또 다른 기분이구나.
이라고 하면 일단 싫은 기분이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이런 기분은 대부분이 공감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좋다는 사람들과는 먼 학창 시절을 보내왔던 터에, 그런 설렘마저 없었다.
교복을 입고 등교했던 의무교육 기간은 넘어가더라도 나의 꿈을 위해서 진학해야 하는 대학교도 마찬가지로 좋을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딱히 내 꿈과 연관이 되었던 학과도 아니었고, 만족스러운 성적이 아니었기에 사회에서 대학교로 이득을 볼만한 상황도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당시 음악을 하고 싶었던 꿈에 부풀어 있어 억지로 내 꿈을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밴드인' 따위로 타협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참.
졸업을 하고 10년이 지나 새로이 다니는 학교 생활은 역시나 힘들지만, 정확히는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더욱 힘들게 느껴지긴 하지만. 확실히 학창 시절에 생각했던 개학과는 다른 기분이다. 뭐랄까, 조금 더 내가 깨어있는 기분? 그래도 무언가 내 꿈에 한 발짝 도움이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기분? 사실 그럴싸하게 이야기한 거지 별 차이는 없겠다만 그냥 기분이라도 낼 수 있는 정도.
분명히 내가, 우리가 다니는 학교는, 그곳에서 하는 공부는 시기가 다를 뿐이지 사실 비슷한데, 조금 나이가 들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세상은 '만학도'라고 부르며, 진취적이고 삶을 능동적으로 사는 사람으로 포장해준다. 왜 그때는 그런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을까. 사회인들이 입버릇처럼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 갔을 거야."라는 말은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기분을 어깨에 달고나니 조금의 설렘이 마음에 일었다. 새로운 과목들의 강의실을 확인하면서, 한 학기도 좋은 분들과 좋은 시간들도 기대해보며 끄적거리고, 학생들이 슬슬 하교할 시간. 늦은 등교 준비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