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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05. 2019

하고픈 말을 하지 못하는 때에는

♪유하 - 때가 됐을 뿐

궁금해요 여기는 어딘지
지도는 없구요 계속 움직이래요
방향을 잃어요


♪유하 - 때가 됐을 뿐



페이스북을 안 한지 오래되었지만, 한 때 페이스북 커뮤니티 중에는 < ㅇㅇㅇ대숲 >이라는 온라인판 대나무숲 페이지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지금도 있으려나. 익명의 제보를 통해 하고픈 말을 하는 그곳에는 꺼낼 수 없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었다. 이름을 가렸을 뿐인데 한 결 진실된 마음이 흘러나와 많은 사람들을 공감을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제는 직장의 친한 동료와 술을 마셨다. 새삼 '친한'이라는 말이 어색하지만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다양하게 밀려들어오는 감정들에 어찌할지 몰라, 쏟아낼 곳이 없어 모였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대나무숲이 되어 지금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뱉어냈고, 서로의 고민이 술병만큼 쌓였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이 나누면 두 배가 된다. 어제는 그래서 악몽을 꿨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에는 일기장 애플리케이션이나, 내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익명 기반의 SNS에 하루하루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일기장은 이내 시시한 글자로 변해 버렸고, 익명의 SNS는 결국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기 위한 문구를 지어내기 급급한 장소로 변해버렸다. 


어제의 이야기와 같이 누구에게나 완벽한 비밀 이야기는 없다. 그러니, 내 고민도 어딘가에 온전하게, 쉽사리 쏟아낼 수가 없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당연하게 얼굴까지 걸어놓은 이 곳에서도 얼마나 깊은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겠나. 그러니 고통을 더 안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동료에게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 입 밖으로 꺼내어내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써 내려가며, 이 곳을 대나무숲 삼아 쓸지 말지를 고민하다 , 멈춘 채 가장 위에 있는 음악을 바꾸고, 가사를 바꾸었다. 중이병스럽지만 음악을 대나무숲 삼아 하고픈 말을 해보았다. 그런 요즘이다.  마음만큼 읽기 불편한 글을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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