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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06. 2019

우리 '척척박사'가 되진 말아요.

♪J Rabbit - 넘어지지만 말아요

바람이 불면 버티지 마요
그저 몸이 가는 대로
Swing, swing, swinging
넘어지지만 말아요



♪J Rabbit - 넘어지지만 말아요



다음 주면 추석 연휴가 있다 보니, 다들 싱숭생숭한 마음이 이는지, 직장 후임들이 면담 신청을 평소보다 많이 해왔다. 대체로 직장에서의 면담은 이직이나 퇴사 같은 무섭고 무거운, 지뢰 같은 주제도 있기 때문에 요청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고, 실제로 그 지뢰를 밟기도 했다. 주제야 어찌 되었든, 연휴를 앞두고 지금까지 달려온 자신을 돌아보고자 나에게 의견을 묻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면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사실 다들 열심히들 산다. 잘하고 있는데 무엇이 그리 고민일까. 그래서 면담을 요청하는 후임들에게 언제나 처음 하는 고정 질문은 이렇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대답하고 스스로 다독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걱정, 자신도 이제 후임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요즈음 분위기로는 조금만 화를 내도 나갈까 싶어 참고 있다는 투정, 정말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사실 모두 다 나도 똑같이 하고 있는 고민을 나에게 물어보니 사실 대답해줄 말이 마땅하게 없어, 이 정도 이야기로 가늠하였다. 






"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고 참을 일도 많지. 그리고 사실 나도 그렇게 살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 그냥 쓰러지지 않고 잘 걸어가다 보면 뭐라도 되어있지 않을까? 이게 무조건 힘을 내야 하고, 참으라는 말은 아냐. 힘이 안 나면 좀 안 내도 좋고, 화낼 때는 화도 좀 내고.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척, 착한 척, 아는 척. 척척척. 하다 보면 척척척 고민이 쌓이는 거지. 퍽퍽하게 사는데 내가 해줄 말은 그 정도인 거 같아. 차라리 서로 티를 내고, 같이 해결하면 조금 더 바른, 나은 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사실 횡설수설해서, 위의 말도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복잡한 심경의 나에게도 한 말이다. 한 줄 요약하자면 제목과 같다. 힘든 세상, 적어도 '척척박사'처럼 살다 힘들지는 맙시다. 이런 날은 나도 누가 나를 알려줄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이건 사람이 없는 척이 아니라, 정말 없다 보니. 이런 건 척이라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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